詩 (2021년)

오늘

犬毛 - 개털 2021. 9. 1. 15:45





오늘
견모 조원선

바람이 조금 시원한 산책마치고 뜰엔 유홍초 부용화 닥풀 배롱이 한껏 모양내는 중. 변함없는 아침밥상 ㅡ 늘 만찬 ㅡ 난 복속에 빠져산다. 술만 뺐다. 금주 3일차다. 아내가 배시시웃으며 살살 꼬시기를 완전금주하면 천만원 준단다. 웃긴다. 꾸어간 내돈 천만원도 차년피년 안 갚는 사기(?)여왕의 음흉한 권모술수!
읍내 한의원에 갔다. 엊그제는 엎드려서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ㅡ 아픈 줄 몰랐다. 오늘은 바로누워 넙적다리부터 발목까지 ㅡ 꽤나 아팠다. 집에오며 운전 중에도 아프다.
일주도로에서 중산간으로 들어와 우리동네 오는 길에 포인터 새끼 세마리를 얼핏보고 이상한 기분이 들어 차를 돌려 세워놓고 새끼들을 몇발짝 따라가보니 골목 안쪽으로 우와 완전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쓰레기더미 집. 개가 5 ㅡ 6마리 여기저기 묶여있는 데. 참혹하다. 줄도 엉키고. 밥도 물도 없고. 다 말라비틀어졌고 햇빛에 노출된 개는 헉허대고 어느놈 한 놈은 사납게 짖고. 차로 돌아와서 비상용 개밥을 가져와 적당히 나눠주고 묶인 수도꼭지를 풀어 물을 나눠주고. 땀이 줄줄 흐른다. 한 놈이 이를 드러내고 달려들어 겁도 나고. 나로서는 어쩔 수 없다. 항복.
나오다가 우연히 그집을 방문하려는 사회복지사를 만나 대화했다. 뱃사람노인의 집이라는 데. 암튼 난 지나던 사람이고 이런 상황이니까. 신고처리해달라니까 바로 전화하고 나보고 고맙단다. 고맙기는 ㅡ 아, 개들 정말 불쌍하다.
집에 오는 내내 아내나 나나 마음이 아프다. 엥이.
며느리 둥이가 활짝 웃으며 꼬리를 휘돌린다. 기다렸다는 얘기. 이것아 넌 낙원에 사는 거여 ㅡ
아, 생일축하받는 거 진짜 힘들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카톡 밴드 줄줄이 사탕. 고맙고 감사하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그나저나 배배꾀인 나랏일이 어서어서 잘 풀렸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만세!
(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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