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년) 614

예삐

예삐 견모 조원선 유기된 강아지 돌본 지 6개월 째. 이젠 성견이 되어간다. 이틀에 한번 아침6시반에 가면 거의 어김없이 기다리고있다가 반갑다고 달려든다. 밥과 물과 돼지뼈 주고 진드기 잡아주고 돌아서면 밥먹다말고 앉아 우리가 멀어질 때까지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 그러려니하고 우리를 따라오지않아서 다행. 아내는 혹시 임신할 까 걱정하지만 다 제 팔자. 유기견보호소에 가는 것보다는 그저 자유롭게 살으라고. 우리는 이틀에 한끼 넉넉하게 밥 주는 것. 언제 끊길 줄 모르는 인연의 한 가닥 실인 게다. (200822)

詩 (2020년) 2020.08.22

똥파리떼

똥파리떼 견모 조원선 요근래 갑자기 뭔가 이상하다. 대가리털 새하얗고 골도 흔들리고 종합병동이고 지갑도 비었고 정신줄도 엉키고 비실비실 술쉰내 풍기는 낼모레 칠십영감놈에게 뭔 미친 똥파리같은 년들이 잔뜩 꼬여들어 만나자 즐기자 놀자는 등 음탕한 수작을 거느냐말이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일까? 이상한 세상에 살다보니 별 해괴망측한 꼴을 다 겪는다. 내게서 무슨 징조가 보이는 걸까? 진짜로 똥칠할까봐 공연히 겁난다. 히히히. 아 이거 웃을 일이 아닌데. 염병할! (20.08)

詩 (2020년) 2020.08.20

꿈 견모 조원선 서울구경간다.광화문에사람들참많다.길바닥에서태극기가그려진우리나라표마스크하나줍는다.피맛골목집의소대가리삶은육수물냉면사먹는다.맛더럽다.찬송소리가들린다.얼른눈감고코로나제발잡아가시라기도한줄올린다.어찌어찌집에가야할시간인데경찰버스가길을막는다.급히청계천으로뛰어들어죽을기를쓰고헤엄친다.공항에도착하니비행기가없다.중앙정보부원이신분증을보잔다.헉,내옷에주머니가사라졌다.수배간첩이라며수갑을채우려한다.모처럼한판몸풀어볼까?으악,몸이굳어말을듣지않는다.진땀이줄줄흐른다.속수무책피튀기게얻어맞는다.의식이가물가물하다.아랫도리가찌리릿하다.오줌이잠을깨운다.이거개꿈일까? (20.08)

詩 (2020년) 2020.08.20

이게 아닌데

- 2014년 8월. 제주이주 석달 전의 어느 날 - 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게 아닌데 犬毛 趙源善 육십일년내내무휴로고생한내밥통에게하루휴가를줄겸뱃구레청소겸기아체험을하기로단단히결심하고첫새벽에냉수한대접만마시고삼발이타기운동.이미아들놈밥먹고출근.백수는좋은것.목욕. 아침이참상쾌하다. 매일그게그거인신문을뒤적이다가내방으로들어가그리스로마신화의피그말리온,드리오페,아프로디테와아도니스,아폴론과히아킨토스편을읽고컴퓨터와마주하여어젯밤끄적거린소재열두줄을몇번씩수정끝에네줄로짧게마무리하고메일과블로그와카페와페이스북쓱싹훑어보고거실로나오니부엌에서옥수수와감자삶는냄새가구수.문제가생기기전에맥을끌고얼른산책출동. 점심이좀불안하다. 햇빛이뜨거워개가이내헉헉거려그늘에앉아잠시부채질하다가그냥철수.아내가뭘먹고있는중.나는고개를외로꼬고묵묵히일을시작.게으른놈아들방의..

詩 (2020년) 2020.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