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년)

이게 아닌데

犬毛 - 개털 2020. 8. 19. 19:56

- 2014년 8월. 제주이주 석달 전의 어느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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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닌데
犬毛 趙源善

육십일년내내무휴로고생한내밥통에게하루휴가를줄겸뱃구레청소겸기아체험을하기로단단히결심하고첫새벽에냉수한대접만마시고삼발이타기운동.이미아들놈밥먹고출근.백수는좋은것.목욕.
아침이참상쾌하다.

매일그게그거인신문을뒤적이다가내방으로들어가그리스로마신화의피그말리온,드리오페,아프로디테와아도니스,아폴론과히아킨토스편을읽고컴퓨터와마주하여어젯밤끄적거린소재열두줄을몇번씩수정끝에네줄로짧게마무리하고메일과블로그와카페와페이스북쓱싹훑어보고거실로나오니부엌에서옥수수와감자삶는냄새가구수.문제가생기기전에맥을끌고얼른산책출동.
점심이좀불안하다.

햇빛이뜨거워개가이내헉헉거려그늘에앉아잠시부채질하다가그냥철수.아내가뭘먹고있는중.나는고개를외로꼬고묵묵히일을시작.게으른놈아들방의침대정리와잡동사니방베란다의아내재산소금열포간수빠진물을버리고양쪽화장실바닥과변기를닦고이어서청소기를몰고출발.아내화장방,안방,내방,서가베란다,거실,부엌과다용도실,아들방베란다,잡동사니방까지귀마개한채로구석구석깔끔하게드라이브한후설거지하고행주빨아널고드디어끝.무려세시간.땀젖은몸을다시또씻고거실에나오니어째아내의턱짓하는얼굴표정이날측은히여기는듯하여기분상함.청소하는동안전화가몇번왔는데이놈이왜?불길한예감으로망설이다가연락하니드디어사건발생.
저녁이아주불행하다.

네놈제주이민소식듣고오늘저녁친구몇놈연락해놓았으니7시까지종로3가거기로나와라.한나절공들인육십일년숙원사업이삽시간에물거품.야,오늘내가피치못할ㅡ이자식아너땜시잡은날인데개소리하지마뚝.우와이건불가항력.한편생각해보니팔십살까지개털같이많은날.좋다까짓것한잔하지뭐.내가하는일이다이런건절대아님.

밤이진짜지옥이다.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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