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망이 조화를 부린다 노망이 조화를 부린다 犬毛 趙源善 어느 날 갑자기 조화가 좋아졌다 ㅡ 좋다는 거지 예쁘다는 건 아니다. 저 좋다고 산 놈의 목을 뎅겅 잘라 꽂아놓고 아름다움을 즐긴다는 것이 죄로 느껴졌다. 그러다 시들면 가차 없이 쓰레기통에 버리고. 조화의 먼지를 털면서 내가 늙었음을 실감한다.. 詩 (2015년) 2015.10.05
쥐치 쥐치 犬毛 趙源善 짓눌러 뭉개져도 참고 불돌에 구워져도 참고 발기발기 찢겨도 참고 질겅질겅 씹혀도 참고 죽고 또 죽어도 참는. <1509> 詩 (2015년) 2015.09.25
왕짜증 왕짜증 犬毛 趙源善 쥐뿔도 모르는 게 탱자탱자 사사건건 감초처럼 끼어들어 깐죽깐죽 개소리 늘어놓으면 제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눈알 뒤집어진다. 그쯤 되서 눈치 채고 슬며시 빠져주면 좋으련만 한 발 더 들여놓고 각작각작 등판대기를 간질어대니 사람 환장할 노릇이다. 배울 만.. 詩 (2015년) 2015.09.03
구월이 좋다 구월이 좋다 犬毛 趙源善 그 더위란 놈이 슬쩍 꼬랑지를 내리면서 찬바람이 나고 그 첫 날이 바로 엄마가 날 낳으신 날이고 그 숫자 아홉이 맘에 들고 그 외의 이유는 없이 그저 그냥 좋다. <1509> 詩 (2015년) 2015.09.03
악마 악마 犬毛 趙源善 파리나모기나개미나진드기나바퀴벌레나지렁이나사람이나목숨은하나뿐이다 내가살기위해서는남을해쳐야하는데그중에서사람이제일로포악하고잔인하다. <1508> 詩 (2015년) 2015.08.31
비수 비수 犬毛 趙源善 어리어리하다고 노상 웃음거리는 아니다 참다 참다 어느 날 느닷없이 단 한 번의 손놀림으로 등판에 칼을 꽂지 비명도 못 지르고 죽는 거야 속주머니가 불룩한 사람을 항상 조심해. <1508> 詩 (2015년) 2015.08.27
고니 고니 犬毛 趙源善 열불이다 삭힐 방법이 없다. 잠 못 이루는 밤이다. 머리털이 곤두선다. 휘몰아치는 비바람 속에 소름끼치는 끔찍한 절정이다. 첫 날 밤을 그렇게 치룬 새벽에 하얗게 눈을 까뒤집은 그녀는 산발한 머리를 빗지도 않은 채 쏜살같이 줄행랑쳤다. <1508> 詩 (2015년) 2015.08.27
행복 눈물 행복 눈물 犬毛 趙源善 밥상머리에선 아내가 고개 꼬고 철철 울고 술상머리에선 내가 그냥 쫓아서 질질 울고 이래저래 저녁상 반찬과 안주는 행복 눈물. <1508> 詩 (2015년) 201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