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지워지다
얼굴이 지워지다 犬毛 趙源善 혼자 얼마나 걸었는지 모른다. 지겹게 걸었다. 보고 싶고 듣고 싶고 먹고 싶고 자고 싶고 말하고 싶다. 끝없이 막막한 벌판에서 지친 몸으로 무조건 차를 올라탔는데 이게 어디로 가는지 나는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모른다. 차안은 묘지처럼 조용하다. 꾸역꾸역 타기만하지 내리지는 않는다. 겨우 발 디디고 포개져 밀려서 마냥 안으로 자꾸 들어가기만 한다. 쏴하고 천정 한가운데 환기통에서 먼지같은 피비린내가 밀려나온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이며 지금은 언제일까? 머릿속이 새하얗다.덜컹 균형을 잃고 혼비백산 앞으로 넘어진다. 아앗 이게 어찌된 일인가. 앞사람도 뒷사람도 모두 하나같이 얼굴이 없다. 그렇다면, 이 차는 사람의 얼굴을 지우는 차? 내 얼굴도 아마 저렇게 지워졌으리라. 얼굴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