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년)

자해自害

犬毛 - 개털 2011. 3. 19. 10:57

자해自害

犬毛 趙源善



곡哭 하노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고집덩어리로 자칭 수십 년 간 펄펄 날아 경우에 어긋난 짓은 한 적이 없다며 너무 빠르거나 느려서 너무 날카롭거나 무디어서 너무 차갑거나 뜨거워서 누구도 감히 범접치 못하게 하고는 저 혼자 차곡차곡 순조롭게 잘 쌓아가다가 단 한 번의 타협을 못해서 순식간에 폭삭 허물어뜨린 엄청나게 고지식하고 미련하고 어이없고 우둔하고 난폭한 정말 개 같은 성질을 여차여차 각고 끝에 과감히 목 졸라 오늘 매장하오니.

제발, 사십구재四十九齋 후에 귀신으로 다시 환생하지 않기를 갈망하면서 일 배杯.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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