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
犬毛 趙源善
울컥 화가 솟는다.
슬금슬금 왼쪽부터 시작하여
머리털 지워지고 귀 문드러지고
볼따구니 뭉개지고 턱뼈 녹아내리고 눈알까지 빠지더니
그 잘 생긴 내 얼굴이 반쪽만 남아
희미하다.
잘 외우는 이름 석 자와 아라비아숫자 열세 개
몰라도 되는 묵은 주소와 공연히 기분 나쁜 엄지손자국
“이 증을 습득하신 분은 우체통에 넣어 주십시오.”만
선명하다.
세금 잘 내는 선량한 국민 한 명이 수모를 당한다
아마 대한민국을 늘 가슴깊이 품고 다니다보니
저절로 제풀에 늙어가나 보다
슬프다.
그냥 웃자.
<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