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1년)

주민등록증

犬毛 - 개털 2011. 3. 23. 12:16

주민등록증

犬毛 趙源善



울컥 화가 솟는다.


슬금슬금 왼쪽부터 시작하여

머리털 지워지고 귀 문드러지고

볼따구니 뭉개지고 턱뼈 녹아내리고 눈알까지 빠지더니 

그 잘 생긴 내 얼굴이 반쪽만 남아

희미하다.


잘 외우는 이름 석 자와 아라비아숫자 열세 개

몰라도 되는 묵은 주소와 공연히 기분 나쁜 엄지손자국

“이 증을 습득하신 분은 우체통에 넣어 주십시오.”만

선명하다.


세금 잘 내는 선량한 국민 한 명이 수모를 당한다

아마 대한민국을 늘 가슴깊이 품고 다니다보니

저절로 제풀에 늙어가나 보다

슬프다.


그냥 웃자.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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