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약 명약 견모 조원선 활짝 웃는 아기 얼굴을 마음 한 켠에 담아두었다가 당신 가슴에 뭔가 열불이 피어오를 때 그 사랑 한 모금 꺼내 입에 머금고 후 ㅡ 불면 이내 꺼진답니다. (1707) 詩 (2017년) 2017.07.09
거기 거기 견모 조원선 그저 조금이라도 앞 서려고 눈 까뒤집고 게거품 물고 기를 쓰며 날뛰지마라 그저 이래도 웃고 저래도 웃고 쉬엄쉬엄 꽁무니로 뒤쳐져가도 결국 거기서 만나는 거여 앞칸이나 뒷칸이나 같은 기차여 우리 다 같이 거기로 가는 거여 거기. (1707) 詩 (2017년) 2017.07.09
산다는 것 산다는 것 견모 조원선 아침공복 결명자차 한 잔 제산제 알맥스 1포 위염약 1봉 때에 따라 반주 막걸리 한 잔 아이팜루테인 1정 아로나민골드1정 비타민c 1정 Ginkgo 1정 Silymarin1정 건블루베리 호두 브라질넛 흑마늘환 우슬닭발환 녹용추출액 우와 ㅡ 난 약으로 산다. (170530) 詩 (2017년) 2017.06.24
유령 유령 견모 조원선 귀 눈 코 입과 사지가 다 멀쩡한데 간판이 없다 가방끈이 떨어졌나 성산포바다에 개털 한 오라기 둥둥 나랑 똑 같다. (170527) 詩 (2017년) 2017.06.24
무한한 권력과 가련한 자살과 지독한 고집 무한한 권력과 가련한 자살과 지독한 고집 견모 조원선 아침 산책길. 어제 멀쩡하던 울창한 방풍림이 사라졌다. 싹둑싹둑 목이 잘려 길가에 널브러졌다. 또 어제는 기어 나오던 지렁이들 보는 대로 풀 섶에 주워 넣어주었건만 오늘 보니 다 비참하게 바싹 말라죽었다. 추녀 밑에 집짓는 제.. 詩 (2017년) 2017.06.24
포기 포기 견모 조원선 아내는인생고단수라서앞을내다볼줄안다나만단순미련까막눈이다딸년이보낸용돈으로어제김치여러포기를한꺼번에사더니만내입은짜장곱배기로콱틀어막고개표방송도안보고초저녁부터코골며그냥잠들어버린다. (170510) 詩 (2017년) 2017.06.24
묘비 묘비 견모 조원선 이 자식들아 비석 세우지 말라했지? 있을 때 잘 하지! 나 안 죽었다 봐라 네놈들 가슴 한 가운데 이리 시퍼렇게 살아있잖아. (170508) 詩 (2017년) 2017.06.24
윤회 윤회 견모 조원선 항아리뚜껑 부레 옥잠 보금자리에서 잠시 들새가 날개를 접더니 물 몇 모금 삼키고는 똥으로 흑백 수묵화 한 폭 그려놓고 휑하니 달아났다. 오고 가는 건 참 덧없지. 그림자 어두운 골에서 까만 샘이 퐁퐁 솟는다. 부처님 손바닥이야. (170503) 詩 (2017년) 2017.05.04
줄 줄 견모 조원선 "아앙"에서 "으윽"까지 순서대로 가는 거지 이고 지고 메고 한 걸음 한 걸음 그저 꾹꾹 눌러 딛으면서 바위를 부수는 게야 어여 내 뒤에 서시게나. (170426) 詩 (2017년) 2017.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