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년)

한 성질 죽이기

犬毛 - 개털 2018. 10. 31. 14:53
한 성질 죽이기
견모 조원선

누구나 다 나를 보면 첫인상이 털털하고 사람좋게 생겼다고. 하지만 아내 왈 천만의 말씀이란다. 일단 한번 뒤집어지면 아무도 못말리는 아주 더러운 똥성질이라는 것. 맞다. 솔직히 인정. 늘 그렇다. 열번 잘 쌓아놓고 한번에 허물어트린다. 나이들어서 이 무슨 짓인가. 제주섬에 단둘이 마주보고 살면서 세상 돌아가는 게 답답하다고 아내에게 짜증내면 안된다. 깊이 반성하고 회개한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욱 하기 전에 무조건하고 "무궁화꽃이 피었읍니다. 대한민국 만세!" 를 열번 되뇌이기로 결심한다. 나의 한 성질을 콱 죽여서 진짜 착하고 젊잖고 아름다워져서 아내를 죽도록 사랑해줘야 한다.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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