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년)

구두

犬毛 - 개털 2018. 10. 16. 14:19
구두
견모 조원선

제주생활 4년 동안 정장을 입은 기억이 전혀 없다. 구두 신을 일이 없는 거다. 매일 산책만 하다보니 운동화는 8켤레 쯤 신었나보다.
신발장을 뒤집어 구두를 손질해 본다. 다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가져온 건데 전혀 안 신어서 삭아버려 폐기해야할 것이 2켤레. 아깝다. 나머지는 털고 약칠하고 닦아서 햇빛에 말린다. 언제 신을지 모르지만.

늘 닦고 조이고 기름쳐야 한다.
세상 사는 게 다 그렇지.
물건 뿐만이 아니다.
뭐든지 가끔은 일부러 사용하고 잘 손질해 두는 게 중요하다.
안 쓴다고 아끼는 게 아니다.
몸도
마음도
사랑도 
인간관계까지도.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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