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년)

지렁각시

犬毛 - 개털 2018. 7. 18. 14:47
지렁각시
견모 조원선

결국길바닥에서버럭소리질렀다
이여편네말지지리안듣는다
산책하면서웬쓰잘데없는짓거리를해서자꾸뒤처지냐말이다
습도가높아지면새벽에지렁이들이길위로기어나온다
해가뜨면피부가말라고통스러워하고때로는산채로개미들의습격을받기도한다
아는지모르는지암튼집단자살이다
아내는지렁이를볼때마다나오면죽는단다하고중얼거리며주워서수풀속으로던져준다
한두마리도아니고알아먹지도못하고그게자연의섭리니까그냥놔두라고얘기한게수차례인데막무가내로그짓거리를계속하는통에그만내머리뚜껑이확열려버린것이다
태연히자기가좋아서하는일이니공연히신경쓰며상관하지말란다
아이런염병걸려오라질일이다
앞서걸으며곰곰생각한다
하기사내가지렁이보다나은게뭐있을까
늙은게입만살아서글이랍시고나불대면서부끄럽게살고있지않은가
나라위해한목숨바칠배짱도없이섬구석에처박혀날마다막걸리잔이나핥는바보병신쪼다푼수개털아니더냐
씩씩하게꿈틀거리며용감히행동하는지렁이가존경스럽다
지렁이는몸바쳐이땅을기름지게한다
그지렁이를안타까워하는아내가예쁘다
지렁이만세
지렁각시만세!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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