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1

유럽 여행기6 -프랑스(111005)에펠 개선문 샹제리제

犬毛 - 개털 2011. 11. 17. 16:04

유럽 여행기6 -프랑스(111005)에펠 개선문 샹제리제

 

<에펠탑>

마로니에 공원과 세느강을 왼쪽으로 바라보며 버스가 달린다. 에펠탑을 내려다보는 전망이 가장 좋다는 곳. 샤이오 박물관 광장. 쌍둥이 건물이다. 두 건물 사이의 광장에 서니 멀리 에펠탑이 한 눈에 들어온다. 기막힌 장관이다. 무어라 할 말이 없다. 실은, 수많은 철근조각을 잘 짜 맞춘 조립건물 아니던가? 그것이 이리도 멋진 조형물로 불굴의 예술품이 되다니.......

바랑이 분다. 아내와 꼭 끌어안고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부탁한다. 우리는 대체로 함께 사진을 찍지 않는다. 아주 특별한 곳에서 어쩌다 한두 번이다. 남에게 부탁하는 것이 귀찮고 늘 아내가 모델이 되거나 아니면 풍경을 많이 잡는다. 나도 사진 찍히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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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犬毛 趙源善

 

 

살은 단 한 점도 없이

앙상한 뼈다귀만으로

모진 비바람에 맞서

부스러지거나 꼬부라지거나 비뚤어지거나

기울어지지 않고

우뚝

꼿꼿하게

세계를 발아래 둔 채

낮에는 불호령 밤에는 불야성이다

진짜

대단한 놈.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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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과 샹제리제>

개선문은 12개 거리의 중앙에 버티고 서서 콩코드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웅장하다. 꼭대기에 오른 관광객들이 개미처럼 보인다. 나폴레옹이 건축을 시작하여 자신이 통과해 보지 못하고 죽은 대문. 이 역시 말로 표현 곤란. 우리 독립문이나 인도문이나 개선문에 비하면 어른과 아기의 차이. 벌린 입을 다물 수 없다.

그러나 실제, 저 개선문 아래에는 수많은 전쟁에서 산화한 영웅들의 영혼이 잠들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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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犬毛 趙源善

 

 

그가 이 앞에 설 수 있었다면 역사가 바뀌었을 터

운명이란 비구름 사이 한 줄기 빛 같은 것

길은 멈추지 않는 시간이라 여기서부터 열두 방향으로 뚫려

형형색색 발 달린 크레파스들이 마로니에 아래 북적거리지만

담배연기 자욱한 샹젤리제는 더 이상 샤넬의 천국이 아닌 가 보다

가슴 뻥 뚫리는 시원함의 뒷맛이 휑하니 씁쓰레한 까닭은

분명 천천만만 영혼들이 드러누운 거대한 고인돌 때문이리라

죽어서 영웅은 없다

살아 생각하는 자만이 오로지 영웅인 것

찬란한 무덤일 뿐

개선장군은 과연 누구일까?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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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로 멀리 콩코드 광장을 향하여 왼쪽 샹제리제 거리를 걷는다. 아내와 손을 꼭 마주잡고. 형형색색의 다양한 관광객들이 지나친다. 담배연기가 지독하다. 하긴 담배를 끊은(?) 내겐 냄새가 좋을 리 없지. 남녀노소불문하고 거의 다 담배를 물고 다니는 것 같다. 담배천국.

노천카페에서 커피나 맥주를 마시고 음식을 먹는다. 거리가 넓고 그 것이 허가해 준 자리라는 게 우리와 다르다. 좀 쌀쌀한 듯해도 이들은 바깥에서 해를 쬐는 것을 좋아한다. 햇빛에 궁한 사람들.

자동차 전시장과 영화관과 명품 매장 등이 줄 지어 있다. 잠시 지하철역에 들어가 본다. 너저분하다. 눈에 보이는 겉의 거리는 아름다운 데 뒷골목은 형편없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도 참 곤란 한 곳. 아무튼 낭만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유명한 이 거리. 모르겠다.

 

 

 

 

 

 

 

 

 

 

 

 

 

 

 

 

 

떠난다. 차창 밖으로 음산한 공동묘지가 보인다. 도시 복판의 공동묘지. 문화의 차이겠지만. 즐거운 파리 여행 끝머리에 웬 공동묘지가 눈에 확 뜨이는 가?

기찻길도 지난다. 기차가 보이지 않는 기차역의 여러 갈래 기찻길이 휑하다. 참 이상한 기분이 든다.

건물 위로 삼성과 기아의 대형 광고판이 선명하다. 기분 좋다.

 

 

 

 

 

파리는 대 역사 속에 있다. 우리가 그 역사를 낚아채야 한다. 이제 세계의 역사를 우리가 주물러야 한다. 정치 경제 과학 종교 문화 예술 등등 모든 분야에서 이제부터 우리가 이들을 앞지르기해야 한다. 가능한 일이고 또 그리 될 것을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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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犬毛 趙源善

 

 

번쩍이는 조명아래 실은 별 시답지 않은 옷 나부랭이와 가죽보퉁이들

따지고 보면 아주 단순한 쇳조각들을 짜 맞춘 고철뭉치

한 인물의 욕망으로 기껏 저 자신 지나가지도 못한 돌덩어리

수많은 생명들이 처참하게 죽어나간 원한의 처형장

햇빛 쬐이려 길바닥에 상 차려 주전부리하는 카페

낮과 밤의 얼굴이 완전히 뒤집어지는 혼란의 언덕배기

엄청난 보물의 빛을 꺾어 그 넋을 차곡차곡 재워놓은 유리피라미드

브렝땅 에펠 개선문 콩코드 샹제리제 몽마르트 루브르

유행과 예술과 권세와 역사와 낭만과 사랑과 추억이 어우러진 신비로운 침실

여신 세느의 황금화살이 몽유하는 파리의 심장을 꿰뚫는 건

절대적 운명이다.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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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창가 자리에 앉는다. 좋은 듯 보이지만 여러모로 불편한 자리.

수첩을 꺼내 기록한 것들을 살피다가 이내 졸기 시작한다. 화장실갈 때와 먹을 때만 일어나고 실컷 잠을 잔다. 여행지에 적응한 몸이 이제 서울에서 다시 회복되려면 또 며칠 걸려야한다. 잠시 접어두었던 일상생활에 젖어들어야 한다. 하기야 백수기념여행이니 뭔 일이 있겠나.

인천공항에 내린다. 멈춰 선 우리 비행기의 날개를 내다보며 아내의 손을 꼭 잡는다.

“즐거웠는감? 다음 여행은 또 어디로 갈까나?”

우리는 참 행복하다. 감사한 일이다.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