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기 - 베네룩스3국 독일 프랑스(111005): 종합
犬毛 趙源善
아침 일찍 일어나 김밥을 두 줄 사온다. 맥(개:17년 갈색 푸들 수놈)은 어제 저녁 딸네 집에 맡겼으니 일단 출발하는 데는 부담이 없다. 일단, 짐과 아내를 내 차로 공항버스 정류장에 내려놓고 차를 집에 가져다 놓고 나만 걸어 나가는 작전을 편다. 성공. 버스가 와 있는 정류장에 내가 정확히 출발 2분 전에 딱 도착한다. 버스 안에서 아내의 손을 잡고 기도한다. 우리의 이번 여행을 끝까지 보살펴 주실 것을 원하며 믿는다고.
도대체 왜 그리 공항에 일찍 오라하는 지 모르겠다. 늘 시간이 남아돌아간다. 동반하는 가이드 아가씨가 야무져 보인다. 다행이다. 가이드가 여행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긴 줄을 서서 짐 붙이고 출국수속 후 면세점에서 딸애의 화장품 몇 점을 찾아도 한 시간 이상이 남는다. 출출해서 짜장면을 한 그릇 사 먹는다.
30분 지연된다. 승객들이 왜 서둘러 줄을 서는지 모른다. 어차피 정해진 좌석 아닌가? 외국인들은 늘 차분하다. 비행기에 오르니 기대한 만큼 제법 좌석이 넓고 편안하다.
A 380 최신 기종. 기존 여객기 중 가장 큰 슈퍼 점보 항공기. 최대 지속운항시간 14시간48분 운항거리 13473Km. 동체길이 73m 날개폭 80m 꼬리날개높이 24m. 최대좌석 538석(단, 대한항공은 407석 - 1층에 일등석 12석과 일반석 301석과 2층에 프레스티지 94석으로 넓게 꾸밈). 항공기 자체가격만 약 4000억원(장착좌석 및 엔터테인먼트 장비 등 주요부품을 제외한 가격). 하늘 위를 나는 호텔.
이륙한다. 파리까지 12시간여.
신문 1부를 꼼꼼히 훑어본다. 맥주 1캔 땅콩 2봉. 기내식 비빔밥. 커피 1잔. 면세품 판매 - 아내 무슨 건강 약 한 세트 사주고. 화장실 갔다 와서 한국영화 “위험한 상견례”와 미국영화 “영광의 깃발” 2편 보고 독주 보드카 1잔 꺾고. KBS 뉴스보고 비행정보 확인하니 아이고야! 이제 반쯤이다. 잠시 억지로 눈 감았다가........통로에 나가 스트레칭하고 나서 일본영화 “개울가”1편 보고 오렌지 주스 1잔. 기내식 돼지고기 볶음. 사이다 1잔. 면세품 판매 - 꼭 밥 먹이고 나서 물건을 판다. 화장실. 단편 “소피아 대성당”과 “물”을 본다. 소피아는 가 본 곳. 지겹다. 이리 저리 꼬고 비틀어 봐도 편한 자세는 없다. 허리도 아프고. 난 비행기 오래 타는 것이 정말 싫다. 비행시간은 대략 5시간 이내가 적당하다. 어떻게 한 잠 잤나보다. 깨고 보니 암스테르담 근처. 암스테르담은 스페인 갈 때 잠시 기착했던 곳. 그럼 거의 다 왔다.
착륙충격이 크다. 어떤 때는 사르르 내리기도 하던데. 잠시 기다린 끝에 내린다. 건물 안을 한참 걸어가서 궤도 열차를 탄다. 입국수속은 간단하다. 샤를드골공항. 얼핏 보아 시설이 인천공항만 못하다. 이층버스는 깨끗하고 좋다. 호텔로 이동한다. 가이드가 미리 힌트를 주었지만 우리가 첫 밤을 묵는 파리의 호텔시설이 너무 빈약하다. 패키지여행의 특성상(?) 그렇다는 건 변명이지. 좁고 누추하다. 아침식사도 기대하지 말라한다. 파리가 뭐 원래 그렇다나? 허 허 허.
<벨기에 브뤼게>
빵 몇 조각과 주스와 컵라면으로 아침 식사. 파리는 나중에 다시 오는 여정. 바로 벨기에로 향한다. 호텔이 파리 외곽이어서 금방 전원이 나타난다. 달력그림 같은 풍경이 연신 펼쳐진다. 잘 손질된 넓은 야채밭과 초원, 옥수수 밭 등이 참으로 아름답다. 펄쩍 내려서서 반바지 차림에 맨발로 럭비경기를 하고 싶다. 국경이 없는 것처럼 아무런 제약도 없다. EU국가들 간에는 무사통과다. 프랑스에서 벨기에로 접어든다. 대형 물류수송차량들이 많이 보인다. 도로망이 잘 발달된 EU국가들이다.
브뤼게는 북유럽의 나폴리라 불리는 운하 도시. 마르크트광장에 들어선다. 광장 바닥도 돌이고 주위의 건물들도 돌이다. 고색창연하다. 돌이라서 이리 오래도록 변치 않는 것. 종탑과 시청사 건물. 노틀담성당(노틀담이란 이름의 성당이 유럽에는 아주 많다)이 참으로 멋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밤색 말이 끄는 관광용 마차가 지나간다. 도로의 가운데는 말발굽 흔적이 하얗다.
중국식당에서 점심. 다소 비릿하다.
돌 건물 카페 앞으로 차양을 덧대어 놓은 아래 야외카페가 길게 늘어서 있다. 광장에서 담소를 나누는 대학생들의 분위기가 자유롭다. 버스에 그려진 예술적 그림이 무척이나 야(?)하다. 광장모퉁이에서 한 예술가의 작품전시회를 본다. 사진촬영에 쾌히 응해준 작가는 수염이 더부룩하다. 작품 성향이 무척 강렬하게 느껴진다.
요리조리 운하 사이를 걷는다. 운하로 관광객을 실은 배가 지나간다. 진짜 아름다운 도시다.
노틀담성당에 들어간다. 자유롭게 관람을 허락하며 사진촬영도 허락한다. 좀 이상할 정도다. 웅장한 건축양식과 천정, 기둥, 내부의 전경이 찬란하다. 하지만 이미 스페인여행을 통해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 건축물의 진수를 맛본 나에게는 그리 놀랄만한 것은 아니다. 또 운하와 골목들을 가로지른다. 어디를 봐도 그림이다. 낙엽이 지는 가을 거리. 독신자 마을을 만난다. 역사가 아주 오랜 곳. 전쟁미망인이나 수녀 또는 독신녀들이 모여 공동생활을 했다는 곳. 현재는 수녀원.
가을을 만끽하며 사랑의 호숫가를 지난다. 귀엽게 포즈를 잡는 아내는 참 예쁘다. 난 팔불출이다. 허 허 허.
<벨기에 브뤼셀>
벨기에의 수도. 여기도 광장이다. 브뤼게보다 더 화려하다. 시청사와 호텔과 교회당이 광장을 빙 둘러 서 있다. 유럽은 어딜 가든 광장 빼면 시체라더니.......참으로 광장문화가 잘 발달한 곳.
모퉁이 골목을 걸어 아주 오목하고 호젓한 곳. 오줌싸개 동상을 만난다. 참으로 묘한 위치에서 대수롭지 않게 서서 시원하게 오줌을 누고 있다. 이게 그 유명한 동상이란다. 허 허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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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싸개
犬毛 趙源善
안 보면 섭섭하고 보면 허망하다지만
양지바른 곳
있어야 할 자리에서
예쁜 짓거리
참 귀엽다
샘처럼 솟아나는 찬란한 정열.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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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 가게도 온통 오줌싸개모형 일색이다. 와플가게 앞에도. 인형과 가방 등 선물용 소품가게의 진열장이 아주 오밀조밀하다.
얼핏 차창 밖으로 우리의 현대차가 지나간다. 기분 좋은 일이다.
석양의 모습은 어디서고 아름답다. 다행히 오늘 브뤼셀의 숙소는 일급이다. 마음에 든다.
스티브잡스의 죽음이 뉴스에 흘러나온다. 베어낸 사과의 모습. 인생무상이다. 그러니 이렇게 여행 실컷 하고 글 마음껏 쓰면서 즐겁게 살아야 한다. 나는, 내가 일 할만큼 일 했다고 생각한다. 더 늙기 전에 삶을 즐겨야하는 까닭. 대략 남부끄럽지 않게 최소한의 노후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한 이상, 과감하게 은퇴해야한다. 참 잘한 일이다. 명성과 돈과 권력이 죽음 앞에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네델란드 잔세스칸스>
브뤼셀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길은 엊그제 프랑스나 벨기에의 풍경보다 더 목가적이고 전원적이다. 날이 흐려서 비가 오락가락한다. 무지개가 뜬다. 쌍무지개도 보였는데 촬영 타이밍을 놓친다. 구름과 하늘의 그림, 목장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떼들. 정말 죽여주는 풍경이다.
풍차마을 잔세스칸스는 암스테르담에서 가깝다. 거대한 풍차 여러 대가 보인다. 가장 많은 때는 약 8000대가 있었다고. 달력에 흔히 나오는 아름다운 그림의 한 가운데 내가 서 있다. 어떻게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풍경. 전통치즈가게를 먼저 방문한다. 많은 관광객들이 들끓는다. 수많은 종류의 재료와 맛과 향이 다른 치즈를 진열 전시하며 판매하는데 시식도 마음대로 한다. 딸 사위 생각해서 팔뚝만한 덩어리치즈 2개를 산다. 풍차가 세워진 단 강변을 산책한다. 바다보다 낮은 땅에서 살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풍차가 결코 구경거리로 예쁘게 만든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실제 내부를 보니 구조가 복잡하고 거대하다. 물을 퍼 올리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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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
犬毛 趙源善
전원적이고 목가적이고 낭만적이고 예술적인
아름답고 평화롭고 잔잔한
신비의 바람개비
한 폭의 그림
살아 숨쉬기위한
바다보다 낮은 땅의 기적
피와 땀으로 얼룩진 처절한 몸부림의 부산물.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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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마을을 구경하다가 아내가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고 한다. 난 못 산다. 며칠이나 살지 어떻게 사시사철을 낭만만 먹고 산단 말인가. 허 허 허. 풀밭의 양 몇 마리와 새, 오리들이 한가롭다. 나막신 가게에 들어간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규모가 대단하다. 벽과 천정에 다양한 크기와 모양과 색상의 나막신들이 빼곡하다. 신발에 물이 들어오지 않게 하려고 신은 전통적인 나막신. 참 대단하다.
점심은 오랜만에 암스테르담 시내의 한국식당에서 꼬리곰탕을 먹는다.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40여개의 얽히고설킨 운하에 100여개의 다리가 놓여있는 도시. 날씨가 계속 잔뜩 찌푸려 무언가 불만이다. 시 중앙의 담 광장. 역시 돌투성이(?) 광장이다. 왕궁과 청사 호텔 백화점등의 건물이 다 돌이다. 광장에 비둘기 떼가 먹이를 쫀다. 미니 삼륜차에서 핫도그를 팔고. 행위예술가들이 호객하고. 현지인들은 별로 표정이 없는 것 같다. 번화가를 아내와 손잡고 데이트 중에 드디어 비가 온다. 아내에게 준비했던 보라색 우의를 입히니 그게 또 예쁘다. 팔불출이 임에 틀림없다. 아내에게 예쁜 스웨터를 하나 사준다. 깔깔거리며 좋아하는 아내에게 삼십여 년 동안 뭘 얼마나 기쁘게 해주었나를 반성한다.
섹스박물관을 슬쩍 스치고 지나서 중앙역 근처에서 유람선을 탄다. 선착장 맞은 편 역 옆에 자전거 보관소의 규모가 크다. 수백여 대가 빽빽이 세워져있다. 배에 오르자 비가 많이 쏟아진다. 아내는 안에, 나는 배 뒤편 밖에서 우산을 쓰고 밖의 풍경을 촬영한다. 직선으로 우로 좌로 다리 밑으로 좁거나 넓은 운하를 귀신같이 배가 빠져 나간다. 운행기술이 경이롭다. 앞으로 뒤로 잘도 배를 움직여 회전한다. 운하 옆 풍경들이 너무 좋은 데 비가 많이 와서 참 아쉽다.
다이아몬드 공장을 견학한다. 나는 별로 흥미가 없다. 다만 다이아몬드의 품질등급을 매기는 얘기만 잠시 경청한다.
빗속을 다시 브뤼셀로 돌아온다. 어제와 다른 곳이지만 역시 숙소는 일급이라 아주 편안하다. 식사도 같은 빵 식이지만 파리와는 비교하기도 싫다. 훨씬 양질이다.
<독일 아헨>
비가 내린다.
아헨은 옛 프랑크 왕국의 수도. 이곳에도 광장이 있는 데 지금은 건물의 보수공사로 복잡하다. 거의 모든 유럽의 도시가 중앙광장과 시청사와 성당과 유명 호텔이 시 가운데 모여 있다. 말 동상이 보인다. 아헨은 말의 도시란다.
화려한 돌조각이 장식된 시청사. 아헨성당 역시 뾰족한 첨탑이 너무 높아 사진에 넣기가 어렵다. 마침 미사가 있어서 성당안의 촬영이 곤란했지만 팔각형 천정과 예배당 일부를 촬영한다.
꽃가게와 야채가게 정말 예쁘다. 과일들이 싱싱해 보이고 야채가게 여주인은 촬영여부를 묻자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해준다. 나란히 놓인 커다란 가지 2개가 무척 인상적. 음식점 앞 말상 옆에서 아내가 활짝 웃는다. 누가 말띠 아니랄까 봐. 초콜릿 가게 담배 빨부리 가게 술 가게의 진열장이 화려하다.
대형 슈퍼마켓에 들어간다. 죽 둘러보니 우리나라나 별반 차이가 없지만 물가가 꽤 비싸다. 아내가 호피무늬의 이불이 맘에 드나보다.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결국 집어 든다. 시집간 딸아이 준다고. 카드로 계산하니 아무 문제가 없다. 엄청 뚱뚱한 여점원이 웃으며 이불케이스를 비닐 봉투에 또 넣어준다. 이 봉투의 크기가 이불을 넣고도 아내를 접어서 넣을 만큼 무지막지하게 크다. 아내와 나는 이걸 들고 나와 마켓 밖에서 배를 잡고 웃는다. 아마 비가 와서 외국인인 우리를 특별히 배려(?)해 준 것 같기는 한데...........
지나치는 행인들의 표정이 아주 밝다.
<독일 쾰른>
쾰른으로 가는 길. 비가 오다 가다를 반복한다. 드디어 라인강이 보인다.
쾰른대성당 앞 광장. 눈이 번쩍 뜨인다. 마치 스페인 가우디 대성당처럼 외관이 거대하다. 거의 형태가 비슷하다. 뒤로 자꾸 물러나도 사진 안에 성당의 첨탑을 다 넣을 수가 없다. 초록과 노랑으로 칠한 관광열차형태의 버스가 예쁘다. 관람객도 와글거린다. 그 와중에 큰 접시 모양의 음수대에서 비둘기 부부 한 쌍이 태연하게 물을 먹는다.
성당 안도 규모가 엄청나다. 천정 창문 기둥 예배당 조각상과 각종 성물 등을 촬영하느라 정신없다보니 아내를 잊어버린다. 이곳도 자유롭게 사진촬영을 허가해 준다. 신기하다.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다보면 실내에서는 촬영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촬영비용을 받거나 또는 카메라를 맡기거나, 심하면 벌금을 내야하는 경우도 있다. 아내를 찾는다. 눈 흘기며 짜증내는 아내가 예쁘다. 허 허 허.
하얗게 온몸을 칠한 날개가진 천사를 양쪽에 세우고 아내가 기념촬영을 한다. 이들은 행위 예술가라지만 팁을 주어야한다. 1유로 정도.
이 대성당을 설계한 사람은 아름다움을 다른 곳에 또 만들게 할 수 없다는 왕의 뜻에 따라 설계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왕에게 살해당했다고 한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프랑크푸르트로 향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번 여행은 공식에 대입하면 다 들어맞는다. 거치는 나라마다 한두 곳의 도시를 지나는 데 일단 어떤 도시든 간에 중앙 광장에 내리면 광장 주위에 시청사, 궁전, 성당, 호텔, 카페 등과 번화가가 연결되어있다. 거기서 단체관람 후에 1시간 정도 자유 시간을 가진 다음 그 도시의 명물을 하나 정도 더 보고는 식사하고 다른 도시로 떠난다는 것................또 하나 운이 좋은 것은 묘하게도 버스로 이동하거나 배로 이동할 때는 비가오고, 걸어 다니며 구경할 때는 비가 멈춰준다는 우연이다. 허 허 허.
마인강을 건너 시내로 들어선다.
전차와 굴곡시내버스와 화려한 2층 버스가 보인다. 불쑥 현대차가 지나간다. 파울교회를 지나 뢰머광장. 시청사와 호텔건물 그리고 낭만적인 거리카페. 정의의 여신상. 도시가 다 비슷비슷한 모양. 마인강가로 잠시 걷는다. 억양이 시끄러운 중국인 관광객들을 만난다. 수량이 풍부하고 아주 깨끗하다. 강 건너편의 교회도 멋지다. 다시 광장으로 들어오니 이동식 맥주차(비어바이크)에서 젊은이들이 떠들어댄다. 맥주집이 통째로 이동하면서 떠들고 놀면서 마시는 것이 참 재미있어 보인다. 프랑크푸르트는 생동감이 엿보인다. 역시 외관이 아주 웅장한 프랑크푸르트성당을 보고 각종기념품점을 지난다. 칼 전문점과 인형가게를 지나는 데 약국 간판 위로 LG 에어컨 실외기가 보인다.
프랑크푸르트는 차붐의 동네다. 차범근 형은 내 대학 1년 선배. 이곳 사람들이 신기한 게 3개였는데 그가 동양인이면서 축구를 잘하는 게 신기하고 대학을 나왔다는 게 신기하고 그러면서도 외국어를 전혀 못한다는 게 신기했다며 가이드가 여담을 한다. 형은 처음에 이곳에 와서 얼마나 답답하고 심심하고 외로웠을까. 작은 눈에 빙그레 미소 짓는 형의 얼굴이 떠오른다.
시 외곽의 한식전문점 “예원”은 넓고 깨끗하고 음식도 맛이 좋다. 교포들이 드문드문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한다. 주차장도 넓고 한국 차들이 많다. 된장찌개를 맛나게 먹는다. 이곳은 칼과 밥솥이 유명하다고. 호텔가는 길목에 잠시 밥솥가게를 구경한다.
호텔이 좋다. 방도 넓고 안락하다. 텔레비전이 LG 제품이라 더더욱 맘에 든다. 창밖으로 일몰을 촬영한다. 잠시 나가서 맘에 드는 호텔의 사진을 찍는다.
아침 식사도 훌륭하다.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
차안에서 맞는 일출의 광경이 일품이다. 이후부터 룩셈부르크로 가는 길은 안개가 하얗게 끼거나 비가 오거나 해가 나오거나 변화무쌍. 가끔 나타나는 간판의 도로번호와 지명을 보고 지도와 맞춰보기를 하면서 졸기도 하고 아내와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드디어 룩셈부르크 도착.
첫눈에 고풍스러운 도시. 시청사와 광장. 조용하다. 관광객이외에는 별로 사람이 눈에 뜨이지 않는다. 깨끗하다. 돌바닥 길이 아주 말끔하다. 인형가게 진열장이 화려하다. 군주궁의 초병이 엄숙한 표정으로 서 있다. 아내가 애교부리며 사진 찍어도 되느냐 묻는다. 슬쩍 웃기만 한다. 문양이 멋지다.
노틀담 대성당. 그 유명한 원래의 노틀담 대성당은 아직 보지 못하고도 이번 여행에 오늘까지 노틀담성당이란 이름이 서너 번은 나온 것 같다. 이름값을 한다. 규모가 크다. 부속 건물도 많다. 한 바퀴 도는 데 삼십분은 걸린다. 성수대. 돌로 조각된 사람의 얼굴 다섯의 입에서 각각 성수가 흘러나온다. 본당 안에서 미사 중. 성당은 크지만(옛날 규모니까) 미사에 참석한 교인은 이삼십 여명 정도. 동네 조그만 교회처럼 아주 가족적. 살그머니 사진을 한 장 찍는다.
헌법 광장으로 나간다. 누렇게 빛나는 황금의 여신상. 건너편으로 고색창연한 구시가지. 그 아래로 페트루세계곡 아르제트강과 아돌프다리.
아돌프다리........아 아.....나는 여기서 숨이 멈출 뻔 한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니. 이 그림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인도 타지마할과 갠지스강, 미국 그랜드캐넌, 스페인 가우디대성당, 중국 대석림 그 이상으로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이 경이로운 광경.
다리를 건너갔다가 다시 건너오는 동안까지 가슴이 계속 두근두근하다. 계곡 아래로 내려갈 시간이 없단다. 겨우 1시간 만에 이 절경을 두고 떠나야한다니. 이편에서 다리를 바라보나 저편에서 다리를 바라보나, 다리위에서 이편을 보나 저편을 보나 아래를 보나 위를 보나 사방이 그야말로 황홀하다. 그저 딱 하루 정도 여기 더 묵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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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다리
犬毛 趙源善
아마도
이 다리는
귀신이 지었나보다
무어라 말하랴
한 폭 그림 속으로
풍덩 뛰어들고 싶어라
뭉클 뜨거운 눈물이 흐르니
아롱아롱 무지개가 가물가물 어지럽다
불쑥
짐을 여기다 내려놓고 싶어
난
발바닥을 붙여버렸다
순식간에
하얗게 소름이 끼친다.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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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색 이층버스와 연두색 관람차가 예쁘다. 거리는 한산하고 조용하다.
기차역 근처의 중국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도 여전히 그 그림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거리를 잠시 걷는 중에 노숙자를 만난다. 따라오며 무어라 중얼거리는데 돈을 달라는 것 같다. 모르는 척 한다. 현대 자동차가 주차되어있는 곳을 지난다. 거리 모퉁이에서 끌어안고 키스를 나누는 연인을 발견한다. 몰래 사진을 찍으려하니 키스가 끝났다. 부둥켜안은 모습만 살짝 찍는다.
파리로 향한다. 또 비가 오락가락한다. 갈 길은 멀다.
비만 안 오면 바깥풍경이 참 좋으련만.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이 버스로 이동할 때 주로 비가 온다는 것. 까치집 같은 기생목이 눈에 뜨인다. 흔치 않은 모습이라 카메라에 잡아본다. 졸다가 자다가 깨다가를 반복한다. 자고 있는 아내도 찍어보고 내 모습도 자작 촬영해 본다.
<프랑스 파리>
파리근교에 오면서 차량이 많이 보이고 차가 밀리기 시작한다. 서다 가다를 반복하는 데 길가에 담쟁이가 멋진 집이 있어 사진을 찍고 보니 지붕에 구멍이 뻥 뚫린 폐가다. 담쟁이는 그럴 듯하다.
기차역을 지나고 세느강을 건넌다. 부지런히 창밖의 풍경에 셔터를 눌러댄다. 사람들에게서 활기가 느껴진다. 쇼 윈도우가 화려하다. 시내를 꼬불거리다가 버스에서 내려선다. 걸인도 보이고 청소차도 보인다. 음식점으로 가는 길. 대로를 벗어난 뒷골목은 대단히 어지럽고 지저분하다.
간판도 없는 한식집이지만 김치찌개는 맛나다. 준비해 간 오디(뽕나무열매)술. 오늘이 마지막이다. 큰 병은 여행가방 속에 두고 작은 병으로 옮겨 손가방에 넣고 다니며 식사 때마다 한 잔 씩 마신다. 이 술은 광희 아우가 고향에서 담아서 가져다 준 것. 달짝지근하지만 만만하지는 않다. 아우 덕분에 긴 여행 동안 몸에 좋은(?) 반주를 잘 한다. 마실 때마다 아우가 생각난다.
내일 파리 시내를 관광한다. 기대가 크다.
다시 시 외곽으로 나간다. 대한항공의 광고판이 보인다. 그리 기대하지 않은 호텔이지만 괜찮다.
<루브르 박물관>
건물부터가 웅장하다. 유리피라미드 모형이 상징. 현지 한국인 가이드와 프랑스인 가이드가 인솔한다. 약 40만점의 작품을 소장한 곳. 주로 미술품들. 이곳 역시 한 두 시간에 본다는 것이 엄청난 무리. 하루 온 종일 둘러보아도 못 볼 내용들. 일주일은 걸려야 대충 핥고 지나갈 듯. 지하로 먼저 들어간다. 수많은 관람객들로 인해 시끄럽고 복잡하다. 가이드의 설명도 잘 들리지 않는다. 익히 책에서 보아온 조각품과 그림들이 보인다. 인파에 밀려 사진을 찍기도 쉽지 않다.
비너스, 모나리자, 나폴레옹의 대관식 등 유명작품들과 그 외에 많은 명작들을 순식간에 지나친다. 일행을 잃어버릴까봐 한눈 팔 사이가 없다. 그것 참, 명작들을 코앞에 두고 그냥 막 지나쳐 가다니.....
대단한 곳에 대단한 작품들을 대단하게 모아놓고 대단한 구경꾼들에게 대단하게 보여주는 대단한 박물관이다. 시간이 아쉽다. 그래서 파리는 유럽 여행할 때마다 들러서 여러 번에 걸쳐 심도 있는 감상을 해야 한다. 박물관 앞에서 아내가 부채치마의 요염한(?)포즈를 취한다. 허 허 허.
<달팽이 요리>
특선 요리로 달팽이요리를 먹으러 간다. 식당의 프랑스인이 한국말도 꽤 잘한다. 언니, 맛있어요, 예뻐요, 아니요 등........아이고, 엄지손톱만한 달팽이 겨우 여섯 마리. 내 생각으로는 골뱅이 맛만도 하 못한 데. 뒷맛이 약간 쌉싸름하다. 허 허 허.
<브렝땅 백화점>
브렝땅 백화점에서의 아이 쇼핑. 별 시답지 않은 옷들이다. 디자인이나 상품수준이 우리나라 백화점이나 다를 바 없다. 이 물건들이 우리나라에 수입되면 더 비싼 가격이 되겠지. 대한민국의 아가씨 아줌마들이여! 정신 차리시라. 우리 국산품의 질이 좋고 멋지고 디자인도 파리의 첨단 유행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아시라. 거리를 지나는 파리 사람들을 본다. 내 생각엔 우리 명동만 못하다. 자유스럽고 자연스럽고 특징적이고 세련되고 발랄하고 멋진 곳이 바로 우리 명동의 패션이다. 아래쪽 망고매장에 들어간다. 브렝땅에 비교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큰 맘 먹고(?) 아내에게 코트를 한 벌 사 준다.
하룻밤 숙박비가 수천 만 원이라는 호텔에서 신혼부부 한 쌍이 나와 옆의 보석가게로 들어간다.
<콩코드 광장>
낙엽이 지는 이곳은 가을이다. 쌀랑한 바람이 분다. 이 광장은 프랑스대혁명 당시 1300여명이 처형된 비운의 장소. 하늘을 찌르는 날카로운 오벨리스크와 많은 동상들. 광장 뒤로 멀리 궁전과 대학 건물과 에펠탑도 보인다. 장엄하고 웅장한 곳이다. 찬란한 대 역사를 보고 가슴에 품은 이 유물들에게 만약 생명이 있다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무어라 말할까?
멀리 언덕위로 개선문이 올려다 보인다. 광장에서 개선문까지 일직선의 도로. 아 멋지다. 마로니에 가로수 길.
다이애너 비가 슬픈 교통사고를 당한 지하차도를 휙 지난다. 사람이 살고 죽는다는 것 - 운명. 불쑥 마음 한 구석이 어둡다.
<에펠탑>
마로니에 공원과 세느강을 왼쪽으로 바라보며 버스가 달린다. 에펠탑을 내려다보는 전망이 가장 좋다는 곳. 샤이오 박물관 광장. 쌍둥이 건물이다. 두 건물 사이의 광장에 서니 멀리 에펠탑이 한 눈에 들어온다. 기막힌 장관이다. 무어라 할 말이 없다. 실은, 수많은 철근조각을 잘 짜 맞춘 조립건물 아니던가? 그것이 이리도 멋진 조형물로 불굴의 예술품이 되다니.......
바랑이 분다. 아내와 꼭 끌어안고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부탁한다. 우리는 대체로 함께 사진을 찍지 않는다. 아주 특별한 곳에서 어쩌다 한두 번이다. 남에게 부탁하는 것이 귀찮고 늘 아내가 모델이 되거나 아니면 풍경을 많이 잡는다. 나도 사진 찍히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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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犬毛 趙源善
살은 단 한 점도 없이
앙상한 뼈다귀만으로
모진 비바람에 맞서
부스러지거나 꼬부라지거나 비뚤어지거나
기울어지지 않고
우뚝
꼿꼿하게
세계를 발아래 둔 채
낮에는 불호령 밤에는 불야성이다
진짜
대단한 놈.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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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과 샹제리제>
개선문은 12개 거리의 중앙에 버티고 서서 콩코드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웅장하다. 꼭대기에 오른 관광객들이 개미처럼 보인다. 나폴레옹이 건축을 시작하여 자신이 통과해 보지 못하고 죽은 대문. 이 역시 말로 표현 곤란. 우리 독립문이나 인도문이나 개선문에 비하면 어른과 아기의 차이. 벌린 입을 다물 수 없다.
그러나 실제, 저 개선문 아래에는 수많은 전쟁에서 산화한 영웅들의 영혼이 잠들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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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犬毛 趙源善
그가 이 앞에 설 수 있었다면 역사가 바뀌었을 터
운명이란 비구름 사이 한 줄기 빛 같은 것
길은 멈추지 않는 시간이라 여기서부터 열두 방향으로 뚫려
형형색색 발 달린 크레파스들이 마로니에 아래 북적거리지만
담배연기 자욱한 샹젤리제는 더 이상 샤넬의 천국이 아닌 가 보다
가슴 뻥 뚫리는 시원함의 뒷맛이 휑하니 씁쓰레한 까닭은
분명 천천만만 영혼들이 드러누운 거대한 고인돌 때문이리라
죽어서 영웅은 없다
살아 생각하는 자만이 오로지 영웅인 것
찬란한 무덤일 뿐
개선장군은 과연 누구일까?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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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로 멀리 콩코드 광장을 향하여 왼쪽 샹제리제 거리를 걷는다. 아내와 손을 꼭 마주잡고. 형형색색의 다양한 관광객들이 지나친다. 담배연기가 지독하다. 하긴 담배를 끊은(?) 내겐 냄새가 좋을 리 없지. 남녀노소불문하고 거의 다 담배를 물고 다니는 것 같다. 담배천국.
노천카페에서 커피나 맥주를 마시고 음식을 먹는다. 거리가 넓고 그 것이 허가해 준 자리라는 게 우리와 다르다. 좀 쌀쌀한 듯해도 이들은 바깥에서 해를 쬐는 것을 좋아한다. 햇빛에 궁한 사람들.
자동차 전시장과 영화관과 명품 매장 등이 줄 지어 있다. 잠시 지하철역에 들어가 본다. 너저분하다. 눈에 보이는 겉의 거리는 아름다운 데 뒷골목은 형편없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도 참 곤란 한 곳. 아무튼 낭만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유명한 이 거리. 모르겠다.
떠난다. 차창 밖으로 음산한 공동묘지가 보인다. 도시 복판의 공동묘지. 문화의 차이겠지만. 즐거운 파리 여행 끝머리에 웬 공동묘지가 눈에 확 뜨이는 가?
기찻길도 지난다. 기차가 보이지 않는 기차역의 여러 갈래 기찻길이 휑하다. 참 이상한 기분이 든다.
건물 위로 삼성과 기아의 대형 광고판이 선명하다. 기분 좋다.
파리는 대 역사 속에 있다. 우리가 그 역사를 낚아채야 한다. 이제 세계의 역사를 우리가 주물러야 한다. 정치 경제 과학 종교 문화 예술 등등 모든 분야에서 이제부터 우리가 이들을 앞지르기해야 한다. 가능한 일이고 또 그리 될 것을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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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犬毛 趙源善
번쩍이는 조명아래 실은 별 시답지 않은 옷 나부랭이와 가죽보퉁이들
따지고 보면 아주 단순한 쇳조각들을 짜 맞춘 고철뭉치
한 인물의 욕망으로 기껏 저 자신 지나가지도 못한 돌덩어리
수많은 생명들이 처참하게 죽어나간 원한의 처형장
햇빛 쬐이려 길바닥에 상 차려 주전부리하는 카페
낮과 밤의 얼굴이 완전히 뒤집어지는 혼란의 언덕배기
엄청난 보물의 빛을 꺾어 그 넋을 차곡차곡 재워놓은 유리피라미드
브렝땅 에펠 개선문 콩코드 샹제리제 몽마르트 루브르
유행과 예술과 권세와 역사와 낭만과 사랑과 추억이 어우러진 신비로운 침실
여신 세느의 황금화살이 몽유하는 파리의 심장을 꿰뚫는 건
절대적 운명이다.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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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창가 자리에 앉는다. 좋은 듯 보이지만 여러모로 불편한 자리.
수첩을 꺼내 기록한 것들을 살피다가 이내 졸기 시작한다. 화장실갈 때와 먹을 때만 일어나고 실컷 잠을 잔다. 여행지에 적응한 몸이 이제 서울에서 다시 회복되려면 또 며칠 걸려야한다. 잠시 접어두었던 일상생활에 젖어들어야 한다. 하기야 백수기념여행이니 뭔 일이 있겠나.
인천공항에 내린다. 멈춰 선 우리 비행기의 날개를 내다보며 아내의 손을 꼭 잡는다.
“즐거웠는감? 다음 여행은 또 어디로 갈까나?”
우리는 참 행복하다. 감사한 일이다.
<1111>
*사진 첨부된 여행기는 블로그에 각 나라별로 정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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