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작獨酌
犬毛 趙源善
오십년이 더 넘은 낡은 졸업앨범을 펴시고, 이놈 죽었고, 이놈도 죽었고, 저놈도 죽었고, 몇 놈 안 남았는데 이놈이 오늘 또 죽었다니, 고약한 놈들! 아 그렇게 슬금슬금 떠나? 난 조문가기 싫다 네가 내 대신 좀 다녀와라 이젠 곧 내 차례지 뭐 끌 끌.
아버님께서 그 고약한 놈들의(?) 슬픈 반열에 오르신 지도 그럭저럭 십년이 지났다.
칸칸이 거의 다 빨간 줄 가위표 그려진 아버님의 고등학교 앨범을 몇 년 전에 그 모교에 보냈더니 역사박물관 진열대에 외로이 놓여있었다.
뇌출혈로 며칠간 누워있었던 성직이가 어제 훌쩍 먼 길 갔다.
그놈이 세상을 버린 건지 아니면, 세상이 그놈을 버린 건지 어느 누구도 모르지만.
살고 죽는 게 어디 우리가 구구단 외우는 것처럼 간단하랴?
사십년 된 내 중학교 앨범도 가위표가 벌써 열개를 훨씬 넘어섰다.
그저 머릿속이 멍하다.
아버님의 그 때 그 기분이, 바로 이러셨으리라.
잘 가라 이 고약한 놈아 나도 조만간 곧 뒤 따라갈 터
술이나 한잔 받아라!
내가 찰찰 따라놓고는
내가 홀짝 마시고
중얼중얼
끌 끌.
<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