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조自嘲
犬毛 趙源善
너 뭐냐?
너 마누라한테나 짱알거리는 어쩔 수 없는 서방이고
너 새끼들에게는 아직도 돈 대주는 물주이고
너 가리키는 애들 앞에만 호통 치는 선생이고
너 늘 가는 단골집만 으쓱 반가운 손님이고
너 매일 무언가 잃어버려 허둥거리는 정신 나간 놈이고
너 글줄이나 쓴다고 나불거리는 좀 미친 자식이고
너 피땀 흘려 꼬박꼬박 세금만 잘 바치는 푼수이고
너 돋보기 없으면 아무것도 못 보는 눈 뜬 장님이고
너 막걸리 몇 잔에 금방 해롱거리는 건달이고
너 언제 뒈질지 몰라 늘 걱정하는 영감탱이고
너 혼자서 질질 잘 우는 가련한 울보이고
너 겨우내 맘이 추워서 눈밭에 달달 떠는 허수아비이고
너 밤늦게 마당이나 박박 쓸고
너 첫새벽에 터덜터덜 약수터 간다며?
너 이제 아무 것도 아니야
너 딴 주머니 돈도 한 푼 없잖아
너 진짜 바보다.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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