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자조自嘲

犬毛 - 개털 2008. 1. 1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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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조自嘲

犬毛 趙源善



너 뭐냐?


너 마누라한테나 짱알거리는 어쩔 수 없는 서방이고

너 새끼들에게는 아직도 돈 대주는 물주이고

너 가리키는 애들 앞에만 호통 치는 선생이고

너 늘 가는 단골집만 으쓱 반가운 손님이고

너 매일 무언가 잃어버려 허둥거리는 정신 나간 놈이고

너 글줄이나 쓴다고 나불거리는 좀 미친 자식이고

너 피땀 흘려 꼬박꼬박 세금만 잘 바치는 푼수이고

너 돋보기 없으면 아무것도 못 보는 눈 뜬 장님이고

너 막걸리 몇 잔에 금방 해롱거리는 건달이고

너 언제 뒈질지 몰라 늘 걱정하는 영감탱이고

너 혼자서 질질 잘 우는 가련한 울보이고

너 겨우내 맘이 추워서 눈밭에 달달 떠는 허수아비이고

너 밤늦게 마당이나 박박 쓸고

너 첫새벽에 터덜터덜 약수터 간다며?


너 이제 아무 것도 아니야

너 딴 주머니 돈도 한 푼 없잖아

너 진짜 바보다.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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