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中國
犬毛 趙源善
네가 가짜라서 우습다.
이빨 날카로운 악어 아가리에 머리를 넣거나
외줄 타는 염소잔등에서 원숭이가 물구나무를 서거나
긴 코로 코끼리가 농구공을 들고 덩크 슛을 하거나
그 무섭다는 호랑이가 불구멍을 껑충 뛰어넘거나
돼지들이 줄 서서 달리기 시합을 하거나
그게 다
먹는 거 아니면
매 맞는 데 장사 없음이지.
짧은치마 걸친 처녀가 배시시 웃으며 내 발을 주물럭거리거나
잘 생긴 총각 놈이 콧등에 진 땀 흘리며 내 온 몸을 두드리고 잡아당기거나
덕분에 고구려의 거대한 역사가 내 등줄을 타고 짜릿한 쾌감으로 되살아나지만
아무튼 하이난섬海南島에 세종대왕과 퇴계선생이 신나게 판을 친다는 사실
동양의 하와이에 한국인韓國人이 으뜸으로 논다
그게 다
돈 때문이지.
문제는 그게 아니야
우리 깊이 생각하자
거대한 땅 덩어리를 우뚝 딛고
인산인해 우글거리는 십삼 억 숫자를 무기로
슬금슬금 온 세상을
어수룩한 척 질질 침 흘리며
시커멓게 덮어가는 음흉한 그림자
느려터진 듯 결코 느리지 않은 그 속에
삼국지三國志의 엄청난 귀신들이 숨었음을
명심해야지.
네가 가짜라도 무섭다.
<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