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前職
犬毛/趙源善
여보! 말이 나왔으니 이제 솔직히 고백 할래
사실 나
베케트의 “고도”와 조금 놀았었지
정말 지겹게 쭈그리고 죽치며 기다렸어
뭘 기다리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좌우지간 무조건 계속 기다리는 거야
“마지막 테이프” 때문엔 더 골치 아팠지
바나나 안주로만 양주를 마시는 데
왼 종일 혼자만 떠들어야 해
계속 술 먹으면서 올해 작년 재작년 재재작년이 이렇고 저렇고 중얼 중얼 중얼 중얼
완전 물 술꾼 됐지 무대 위에서 진짜 술을 자꾸만 먹을 수는 없었거든
흐 흐 흐
“의자들”에선 더 웃겨
한개 씩 한개 씩 빈 의자를 들여와 무대가 의자로 꽉 차면 끝이야 그렇다니까
그러다가 그냥 끝이더라고
이오네스코의 “대머리 여가수”는 아주 죽여 줘
아, 거기선 소방서장 이었는데 쪽팔리게 초대 받은 집 식모애랑 내연관계가 들통 나
내 원 참!
주절거리다 급한 김에 온 친척이 다 감기 들었다고 어물어물 얼버무리고는
“대머리 여가수”는 언제 오냐고 묻지
이 뭔 소린지 아시나?
조리에 안 맞지 당연히!
허 허 허
나 한 때 그랬어.
아무튼 당신
진짜로 큰 일 날 뻔 한 거야
그치?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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