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상자箱子

犬毛 - 개털 2006. 9. 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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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箱子

犬毛/趙源善



제 一의 상자는 속이 하얗게白 비었더이다.


제 二의 상자는 속이 까맣게黑 비었더이다.


제 三의 상자는 속이 파랗게靑 비었더이다.


제 四의 상자는 속이 빨갛게赤 비었더이다.


제 五의 상자는 속이 노랗게黃 비었더이다.


제 六의 상자는 속이 아주 하얗게白白 비었더이다.


제 七의 상자는 속이 아주 까맣게黑黑 비었더이다.


제 八의 상자는 속이 아주 파랗게靑靑 비었더이다.


제 九의 상자는 속이 아주 빨갛게赤赤 비었더이다.


제 十의 상자는 속이 아주 노랗게黃黃 비었더이다.


이제는

열어보나마나 텅 빈 것이 뻔하지만

그래도

뚜껑을 연다는 아둔한 궁금증 때문에

못내

한 가닥 남은 순간의 미련을 움켜쥐고

행여나 썩은 준치라도 한 마리 건져볼까

다음 상자 앞에

더듬더듬 눈 감은 채

부스럭부스럭 또 꾸부정히 섰으니.

 

도처到處에 상자箱子는 무궁무진無窮無盡 늘비하더이다.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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