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犬毛/趙源善
두부가 이불 가지런히
문드러진 콩 덩어리와 같이
된장찌개 속에서
벌거벗은 4월의 자유自由처럼 부글부글 들끓을 때
맛보기로
간장종지에 동동 뜬
팅팅 불은 밥알하나가
견지낚시에 매달린 구더기껍질 하얀 가로무늬로 픽 웃었다
무언지 모르지만 제발
한번만 더 보게 해 달라고 애원하는 조기눈깔은
초점焦點 사라진 완벽한 백내장白內障이며
척추만곡脊椎彎曲의 애 멸치들이 비비꼬인 허리를 비틀면
뒤집혀진 시금치 내장이 퍼렇게 치마를 펄럭인다.
어제
아린 배꽃이 세상世上을 히죽히죽 비웃는 걸
느려터진 소나무가 너울거리며 샛눈으로 흘겨 꾸짖었었지
스멀스멀 비릿하고도 향香 싱그럽던 산등성이의 봄 사타구니 냄새.
아 아
또 놀부란 놈이
나의 머리통을 타고앉아 게걸스레 톱질을 하나보다
끈적끈적한 고로쇠 수액樹液이 볼을 타고 흐르는 가 했더니
웬
광장시장廣場市場 좌판 몇 번이었나
떠버리 뚱뚱 아줌마의 이천 원짜리 시뻘건 팥죽이 아른거린다.
오늘
이 밥상의 허공虛空에 부유浮遊 방랑放浪하는 의식意識을 젓가락질하는 나
먹지 아니하여도 배가 부르다
이름 하여
헛배.
<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