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착한 멋쟁이

犬毛 - 개털 2006. 4. 12. 16:29

 

0

 

착한 멋쟁이

犬毛/趙源善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다가   

아내가 당신 착하다고 한다.

착한 나는 세금을 다박다박 기가 막히게 잘 낸다.

(내는 건지 뜯기는 건지 잘은 모르지만)

남들이 세금 다박다박 잘 내는 사람은 바보란다.

그래서 나는 아내 앞에서 착한 사람이면서 남들 앞에서 바보다.


어느 날

카드대금 청구서를 보고 

아내가 당신 멍청하다고 한다.

멍청한 나는 술값을 뭉텅뭉텅 기분 좋게 낸다.

(밀려 내는 건지 좋아 내는 건지 잘은 모르지만)

남들이 술값 뭉텅뭉텅 잘 내는 사람은 멋쟁이란다.

그래서 나는 아내 앞에서 멍청하면서 남들 앞에서 멋쟁이다.


어느 날

내가 나보고 깊이 생각해 보자고 한다.

내가 <착한 바보>이면서 또 <멍청한 멋쟁이>라니 어떻게 할 거냐고

(생각할 필요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은 모르지만)

고심 끝에 나를 김새게 한 <바보>와 <멍청한>을 끄집어내어 버리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너무도 쉽게

아내와 남들 앞에서 <착한 멋쟁이>가 되었다.

아 아

기분은

띠-따 좋은 데.

 

그 잘난 <착한 멋쟁이>된

날이면 날마다 

다박다박 세금 내고 뭉텅뭉텅 술값 내야만 한다.

<0604>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일천하三日天下 목련  (0) 2006.04.16
의문疑問  (0) 2006.04.13
뻔할 뻔 자字  (0) 2006.04.11
번지점프  (0) 2006.04.10
방귀  (0) 200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