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뻔할 뻔 자字

犬毛 - 개털 2006. 4. 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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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할 뻔 자字

犬毛/趙源善



밤이면 밤마다 천장에선 쥐들이 운동회를 했소

자식들 슬쩍 오줌으로 그린 아메리카지도는 꽤 실제와 비슷했지

꼴 지겨운 사방연속무늬 찢어진 벽지사이로 삐죽 블록벽돌의 속살이 드러나고

장마철이면 빗물이란 놈까지 이불구경 좀 하자고 줄줄 흐르며 넘보던 곳이라오

方 某 金 某선생의 음탕한 소설과 李 某선생의 괴상한 시집 몇 권이 거꾸로 꼽혀 있었고

서랍 깊숙이 짱 박힌 철지난 “플레이보이” 잡지는 가장 인기 있는 보물이며

그래도 거기 책꽂이 한구석에는 몽테뉴의 “수상록”도 삐뚜름히 폼 잡고 앉아있었소

교문 앞에서 뭘 반대한다고 소리소리 지르다 결국 지쳐빠져 돌아오는 막다른 곳이었고

지식이 고픈 뱃속에 애꿎은 막걸리만 들이붓고 골 터지게 꽁초를 빨아댔던 골방이었소

대가리 털 길다고 매 맞거나 치마 짧아 빤쓰 보인다고 머리채 잡혀 다니던 시절이지만

S.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A.토플러의 “제3의 물결”도 거기서 읽었소

혈기는 방자했지만 군대가기를 공연히 두려워하던 한 미련한 총각 놈 날마다 자빠졌던

지겹도록 꾀죄죄하고

발 고린내와 숫 비린내 풀풀 풍기던

바로 

그 방.


오늘따라

불현듯 옛날의 그 방이 사무치게 그리운 까닭은 왜 이뇨?

뻔할 뻔 자字라

히 히 히 

이놈 또

뭣이 처먹고 싶은 가 보다.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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