犬毛/趙源善
밤이면 밤마다 천장에선 쥐들이 운동회를 했소
자식들 슬쩍 오줌으로 그린 아메리카지도는 꽤 실제와 비슷했지
꼴 지겨운 사방연속무늬 찢어진 벽지사이로 삐죽 블록벽돌의 속살이 드러나고
장마철이면 빗물이란 놈까지 이불구경 좀 하자고 줄줄 흐르며 넘보던 곳이라오
方 某 金 某선생의 음탕한 소설과 李 某선생의 괴상한 시집 몇 권이 거꾸로 꼽혀 있었고
서랍 깊숙이 짱 박힌 철지난 “플레이보이” 잡지는 가장 인기 있는 보물이며
그래도 거기 책꽂이 한구석에는 몽테뉴의 “수상록”도 삐뚜름히 폼 잡고 앉아있었소
교문 앞에서 뭘 반대한다고 소리소리 지르다 결국 지쳐빠져 돌아오는 막다른 곳이었고
지식이 고픈 뱃속에 애꿎은 막걸리만 들이붓고 골 터지게 꽁초를 빨아댔던 골방이었소
대가리 털 길다고 매 맞거나 치마 짧아 빤쓰 보인다고 머리채 잡혀 다니던 시절이지만
S.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A.토플러의 “제3의 물결”도 거기서 읽었소
혈기는 방자했지만 군대가기를 공연히 두려워하던 한 미련한 총각 놈 날마다 자빠졌던
지겹도록 꾀죄죄하고
발 고린내와 숫 비린내 풀풀 풍기던
바로
그 방.
오늘따라
불현듯 옛날의 그 방이 사무치게 그리운 까닭은 왜 이뇨?
뻔할 뻔 자字라
히 히 히
이놈 또
뭣이 처먹고 싶은 가 보다.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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