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멋쟁이
犬毛/趙源善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다가
아내가 당신 착하다고 한다.
착한 나는 세금을 다박다박 기가 막히게 잘 낸다.
(내는 건지 뜯기는 건지 잘은 모르지만)
남들이 세금 다박다박 잘 내는 사람은 바보란다.
그래서 나는 아내 앞에서 착한 사람이면서 남들 앞에서 바보다.
어느 날
카드대금 청구서를 보고
아내가 당신 멍청하다고 한다.
멍청한 나는 술값을 뭉텅뭉텅 기분 좋게 낸다.
(밀려 내는 건지 좋아 내는 건지 잘은 모르지만)
남들이 술값 뭉텅뭉텅 잘 내는 사람은 멋쟁이란다.
그래서 나는 아내 앞에서 멍청하면서 남들 앞에서 멋쟁이다.
어느 날
내가 나보고 깊이 생각해 보자고 한다.
내가 <착한 바보>이면서 또 <멍청한 멋쟁이>라니 어떻게 할 거냐고
(생각할 필요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은 모르지만)
고심 끝에 나를 김새게 한 <바보>와 <멍청한>을 끄집어내어 버리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너무도 쉽게
나
아내와 남들 앞에서 <착한 멋쟁이>가 되었다.
아 아
기분은
띠-따 좋은 데.
그 잘난 <착한 멋쟁이>된 나
날이면 날마다
다박다박 세금 내고 뭉텅뭉텅 술값 내야만 한다.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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