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라!
犬毛/趙源善
저기
겨울이 온대.
산사람 제 뱉은 말이 바람으로 추워 옷 자꾸 껴입고
그 사람 누군지 나도 몰라
죽은 사람 제 지은 죄가 재로 녹아 땅속으로 스며들지
그 사람도 누군지 정말 모른다니까
뭐가 뭔지도 모르고 되는대로 살수밖에 없는 게 요즘 세상이여
모가지 잘린 플라타너스 발가벗겨져 달달 떨다가
겨우 썩은 국물 한 모금 얻어먹는 거
연말정산 아시나?
히 히 히
버텨 보려고 아예 하지마
버둥거려도 안달 떨어도 다 헛일
절 받고 손뼉 쳐주니까 노래하고 돈 달라는 거여
아이구 야!
어쩔 거여?
만사가 다 귀찮으니
그냥 이 저녁엔 회충약이나 먹고 자빠지자.
하늘아!
11월 오늘 이 밤
어여
첫눈이나 한방
쏘렴.
<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