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배신 犬毛 趙源善 썩은 조개의 껍데기가 윤이 난다더니 한 뼘 속이 구만리일 줄이야 신은 내게 무정하시다 땀구멍마다 피가 솟구친다. <1107> 詩 (2011년) 2011.07.26
우산 우산 犬毛 趙源善 우산으로 비를 다 피할 수 없듯이 네게 주어진 행복이라고 다 네 것이 아니요 네게 닥치는 불행이라고 다 비껴가는 게 아닐지니. <1107> 詩 (2011년) 2011.07.01
호시탐탐 호시탐탐 犬毛 趙源善 낙수자리 살던 지렁이 한 마리 불쑥 일광욕하다가 발 헛딛고 봉당 댓돌아래 자빠져 배배꼬며 비틀거릴 때 제비 두 마리 양쪽 빨랫줄에서 꼴깍꼴깍 침 삼키고 마루 위 늙은 고양이 가만히 샛눈 뜨고 조는 척 한다. <1106> 詩 (2011년) 2011.06.15
선택 선택 犬毛 趙源善 내가 고르면 천사의 선택이고 네가 고르면 악마의 선택이고 우리가 고르면 신의 선택이다 결과야 어떻든 간에. <1105> 詩 (2011년) 2011.05.16
면도칼 면도칼 犬毛 趙源善 아침이 상쾌하려면 순리대로 살살 내려 밀어야한다 옆길로 빗나가면 여지없이 피를 본다는 진리 맺고 끊는 걸 분명히 해야 돼 그렇게 살아야한다. <1105> 詩 (2011년) 2011.05.12
삶 삶 犬毛 趙源善 따듯한 상자 둥근 상자 모난 상자 작은 상자 큰 상자 상자속의 상자 바른 상자 찌그러진 상자 물렁한 상자 단단한 상자 달리는 상자 올라가는 상자 내려가는 상자 날아가는 상자 막힌 상자 터진 상자 마른 상자 젖은 상자 밝은 상자 어두운 상자 비싼 상자 싼 상자 무거운 상자 가벼운 .. 詩 (2011년) 2011.04.29
나이테 나이테 犬毛 趙源善 발을 씻는다고 도끼를 기다리는 건 아니다 동그라미가 많아지면 배가 부풀어 올라 껍데기가 느슨해지는 법 누구는 아직 젊어서 씩씩하니까 죄 없어서 오래 살아야하고 누구는 이미 늙어서 비실대니까 죄 많아서 어서 죽어야한다나 암흑을 누비는 뿌리 덕분에 잎과 꽃과 열매가 광.. 詩 (2011년) 2011.04.26
남자 남자 犬毛 趙源善 끼마다 된장찌개만 먹어봐라. 나만 입이냐? 나만 사람이냐? 나만 취해야 되냐? 나만 바람에 흔들려야하냐? 나만 책임을 지고 살아야 하냐? 너라고 뭐 할 말이 없겠느냐만 그저 남자로 태어난 죄려니 해야지. <1104> 詩 (2011년) 2011.04.20
셈 셈 犬毛 趙源善 참아라 순리대로 살자 잇몸으로도 씹혀 네가 관여를 안 해도 세상은 다 잘 돌아 가니라 괜한 조바심은 공연한 고생이지 이 계산은 제가 할게요 - 아, 그건 좋아. <1104> 詩 (2011년) 2011.04.15
짐 꾸리기 짐 꾸리기 犬毛 趙源善 도란도란 묵은 얘기들을 담는다 크리스털 컵 안에 박제된 쉬파리 시신 침대 모서리 틈바구니에 칩거 중인 금가락지 추억만큼이나 묵직한 오메가 예물시계 십자가를 떠올리는 액자자리 못 자국 흔적 창 밖 멀리 놓아두고 가야하는 천마산의 사계 잔잔하게 장롱 위에 소복이 쌓.. 詩 (2011년) 2011.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