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재수 犬毛 趙源善 십여 년 전 돼지 꿈 꾼 날 폐휴지 사이에 처박힌 빳빳한 구권 5000원 10장 들은 누런 봉투를 주운 기억. 어젯밤 흐릿하나마 돼지 꼬랑지를 본 듯하여 고개를 갸웃거리며 꾸물꾸물 화초 분갈이를 하다가 새빨갛게 녹슨 10원짜리 동전 한개 발굴. 1967년산. 아 아 나 중학교 1학.. 詩 (2012년) 2012.06.22
어김없이 술 마신 새벽에만 오는 전화 어김없이 술 마신 새벽에만 오는 전화 犬毛 趙源善 띠링. 얘야! 에미다. 잘 있느냐. 거기 몹시 덥다며? 너 요맘때면 한차례씩 심하게 몸살로 아프지 않았느냐? 원 참,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를. 암튼, 네 처에게 단단히 말해 두었으니 황기 넣고 닭 한 마리 푹 고아 먹어라. 그저 집안 기.. 詩 (2012년) 2012.06.21
양파껍질 벗기기 양파껍질 벗기기 犬毛 趙源善 빈둥빈둥 이 더운 날씨 아내의 구박을 탈출하는 방법. 이미 상하는 중 두면 썩을 몸뚱이 보듬는 손길이 필요하지 낮에 그녀를 벗기는 배짱 한 꺼풀마다 더 새하얗게 질리는 얼굴 뽀얀 속살에서 투명한 무지개가 뜨고 숨 막히는 순간 아찔한 어지러움 그녀의 .. 詩 (2012년) 2012.06.21
줄서기 줄서기 犬毛 趙源善 헐레벌떡 온 힘을 다해 죽어라 달렸다 내 앞에 아무도 없다 내가 일등이다 성공이다 대박이다 신난다 나는 대단한 놈이다 잠시 땀을 식히다보니 오싹 소름이 돋는다 이제야 돌아본다 내 뒤에 아무도 없다 도대체 뭐하는 줄이었지? <1206> 詩 (2012년) 2012.06.17
버릇 버릇 犬毛 趙源善 이젠 어떤 말도 필요 없다 날마다 자기 전에 한 번 깨어나서 한 번 손만 살짝 잡아주면 그걸로 끝이다. <1206> 詩 (2012년) 2012.06.15
술 미끼로 나를 낚다 술 미끼로 나를 낚다 犬毛 趙源善 생각에 잠긴 별 나 쪼아보는 순간 소갈머리 저릿저릿하고 배고픈 메기 지렁이 덥석 물어 삼키는 순간 가슴 두근두근하고 짓궂은 소나기 모래밭에 푹푹 들어박히는 순간 아랫도리 허전하고 비릿한 바람소리 홀려 뒤돌아서는 순간 발밑 아득하니 캄캄하.. 詩 (2012년) 2012.06.15
나체 왕국 나체 왕국 犬毛 趙源善 벌거벗은 남녀 벌거벗은 노소 벌거벗은 치안 벌거벗은 입법 벌거벗은 사법 벌거벗은 행정 벌거벗은 경제 벌거벗은 도덕 벌거벗은 나라 벌거벗은 지구. <1206> *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소양강 상류. 인제군의 38선 휴게소 부근. 애가 탑니다. 詩 (2012년) 2012.06.14
자살 - 살자 자살 - 살자 犬毛 趙源善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면 거짓말이야. 제 의지와 전혀 무관하게 일평생 오로지 철창 속에서 그냥 주는 대로 먹고 살다가 어느 날 아무렇지도 않게 도살당하는 개나 소나 닭이나 돼지를 봐. 죽어서 간다는 거기 어디쯤이고 어떤 데이며.. 詩 (2012년) 2012.06.11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 犬毛 趙源善 글 술 여행 개 자동차 낚시 여자 칭찬 의리 돈 짬뽕 돼지고기 신문 생강 양파 꿀 거울 화장실 이끼 장미 파인애플 빵 사이다 뻐꾸기 땀 그림 운전 신록 밤 수박 양갱 라면 눈 냉면 설탕 책 시골 쌍까풀 고추장 생굴 더덕 번데기 고치기 샐러드 몽상 잠 운동 .. 詩 (2012년) 2012.06.11
입질 입질 犬毛 趙源善 배웠으니 참고 가르쳤으니 참고 얘기 안 되니 참고 수준 안 맞으니 참고 뜨거워도 참고 차가와도 참고 졸려도 참고 지겨워도 참고 더러워도 참고 아니꼬워도 참고 치사해도 참고 메스꺼워도 참고 아파도 참고 져도 참고 글 쓰니까 참고 술 먹으니까 참고 젊으니까 참고 .. 詩 (2012년) 2012.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