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2년)

어김없이 술 마신 새벽에만 오는 전화

犬毛 - 개털 2012. 6. 21. 13:40

어김없이 술 마신 새벽에만 오는 전화

 

 

犬毛 趙源善

띠링.

얘야! 에미다. 잘 있느냐. 거기 몹시 덥다며? 너 요맘때면 한차례씩 심하게 몸살로 아프지 않았느냐? 원 참,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를. 암튼, 네 처에게 단단히 말해 두었으니 황기 넣고 닭 한 마리 푹 고아 먹어라. 그저 집안 기둥이 튼튼해야지. 여름 술이 사람 잡는단다. 핏줄이 어디 가냐? 아주 안 먹을 수는 없으니 알아서 적당히 마셔라. 외손자 소식은 아직 없냐? 준식이는 언제 장가보낼 거냐? 가문의 대는 필히 잇도록 하고. 여기 걱정은 아예 마라. 네놈일랑 서둘지 말고 아주 천천히 오도록 해라. 니 아버지 또 나 찾는다. 이승 저승 없이 어디서든 달달달 볶아대는구나. 나중에 다시 전화하마.

딸깍.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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