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
犬毛 趙源善
그저 멀건이 서 있던 건 아니었지
연탄재와 달고나와 붕어빵과 솜사탕이 스쳐지나
식모, 자취, 월세, 봉제, 가발, 과외, 신문, 우유, 미용, 용달, 일수 들이 덕지덕지
배고픈 오만 견공 철철 넘치는 영역표시와 서러운 주당들 웩웩 거린 토사물까지
달동네 하늘에 줄줄이 켜켜이 새카맣게 엮인 징그럽게도 아스라한 인연
무겁지 정말 무겁지
가히 그 무게로 기울어져
삐딱하니
때때옷 입었다
새빨간 페인트 섬뜩한 무늬 -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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