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8년)

자동정리

犬毛 - 개털 2018. 12. 19. 14:29
자동정리
견모 조원선

해마다 연말이면 전화번호부를 들여다보며 허당(?) 연락처를 지울까말까 고민했었는 데 올해는 자동정리 되었다. 생각해보고 지우는 게 아니라 몽땅 다 지워놓고 생각하게된 것이다. 처음엔 무척 당황했지만 지금은 담담하고 시원하다. 사실 몇년 동안 전화 한 통 주고받지않는 번호가 부지기수였다. 지우자니 죄 짓는 것 같아서 늘 못 했는데.
허허허, 바다가 단번에 해결해줄 줄은 미처 몰랐다.
어찌 어찌 선이 닿아 되찾은 번호가 이백여개. 이제 그냥 지내기로 했다. 아쉬우면 먼저 전화하겠지!
낚시가 해결사다. 낚시질하다가 미끄러져 바다에 빠진 게 대박이다. 대형쥐치 잡고 전화기 망가져서 새전화기 사고 전화번호 되살리지 못해 자동정리하고. 어쩌면 남들에게서도 내가 정리되었을 터.
아무튼 이것도 다 복이다. 복!
이래저래 난 참 행복한 놈이다. 히히히.
(181123)


'詩 (2018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렁이에게  (0) 2018.12.19
기다림  (0) 2018.12.19
불알 농사  (0) 2018.12.19
제주의 그림자  (0) 2018.12.19
바다 만세!  (0) 2018.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