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7년)

XX고기

犬毛 - 개털 2017. 6. 24. 15:44

XX고기

견모 조원선

 

들의 농작물에 극심하게 해를 끼치는 XX가 울타리로 둘러놓은 망에 엉켰단다. 앞집 형님이 XX고기 먹느냐고 물으시기에 평생 먹어본 적 없다고 했더니 금방 이걸 얻어다 주신다.

나는 늘 마실 복과 먹을 복에 얻어터지며 산다.

궁리 끝에 내가 참 좋아하는 돼지고기처럼 수육을 하기로.

단, 된장 마늘 커피 후추 소주는 그 양을 두 배로 넣었다. 혹시 비린 내가 날까하여.

우와! 이게 웬일이냐?

적당히 쫄깃하고 아주 담백하고 그 맛이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합쳐진 절묘한 맛이다.

나는 평생 처음 XX고기를 먹었다.

난 정말 행복한 개털이다.

감사하며 살자!

(1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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