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7년)

뚜껑

犬毛 - 개털 2017. 3. 16. 14:29

뚜껑

견모 조원선

 

섬에 산다고 노상 즐거운 건 아니다. 때때로 머리뚜껑이 열리는 경우가 있다. 미친다. 친구는 멀고 바다는 가깝다.

내 성질을 내가 주체 못할 때.

방법은 딱 하나 뿐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막걸리 통 뚜껑을 여는 것. 병나발을 불며 노래 한 곡을 안주 삼는다. 포근하게 껄껄 웃어주는 바다가 좋다. 지금 내게 가장 가까운 영원한 친구다.

이놈 ㅡ 종잡을 수 없는 바람 ㅡ 밉다. 염병할! 누구처럼!

사랑은 뒤집으면 바로 미움이다.

죽자 살자 퍼부어도 모자란 게 사랑일까? 뒤집어? 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개털 팔자를!

막걸리 통이 비어서 나팔소리가 안 난다. 허 허 허.

저기 해녀할망처럼 바다로 풍덩 뛰어들고 싶다.

내 더러운 성질이 정말 밉다.

뭍 냄새가 그립다.

스멀스멀.

(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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