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5년)

제주 할망

犬毛 - 개털 2015. 6. 15. 20:56

제주 할망

犬毛 趙源善

 

겉은 시커멓고

속은 새하얗고

맘은 짙푸르다.

<1506>

* 하루 두어 번씩 마실 오시는 동네 할망은 나 먹으라고 돼지고기와 생선과 밑반찬도 잘 가져 오신다. 때때로 개밥도 가져오시는 데 새벽 6시쯤에 지팡이를 휘두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니 몽이 둥이 들이 동네가 떠나가라 짖는다. 이놈들은 밥 줘도 지랄이라고 중얼거리며 가시는 데 우린 잠 다 깨버리고. 홈통, 문짝, 문고리, 전기배선, 수도꼭지, 지팡이, 국수건지개손잡이 등 뭐든지 고쳐 달라신다. 허수아비도 만들어드렸고. 난 졸지에 만능 수리공이 되었다. 사투리가 좀 소리 크고 거칠고 우리가 잘 못 알아들어 그렇지 참으로 영혼이 맑은 분이다.

우리가 집 다 지어서 이사 가면 당신 심심해서 어쩔까하고 걱정하시는 할망.

살짝 미소 띤 얼굴.

허 허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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