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3년)

犬毛 - 개털 2013. 1. 3. 20:41

犬毛 趙源善

 

 

잠자는 듯해도 깊이 생각하는 중

왜 항상 그림자처럼 어둠 속에만 살아야 하는 지

눈도 혀도 이빨도 무늬도 소리도,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온통

섬뜩 소름끼친다고요?

권모와 술수와 사악과 배반과 혐오의 상징이라고요?

선한 당신이 단 한 마디 내 꼬임에 넘어가 악의 수렁에 빠져들었다고요?

그로부터 수치를 처음 알았다고요?

무슨 억지란 말이오?

태초부터 지금까지 내겐 당신과 소통하는 언어가 없었으니

원죄 어쩌고저쩌고는 당신이 내게 덮어씌운 교묘한 술책이며

당신이 삼킨 욕망의 부스러기를 내게 떠넘긴 교활한 사기라고요

그리하여 나는, 에덴동산의 가엾은 피해자지요

무수한 발에 영원히 짓밟히는

죄 없는 죄인.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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