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 이십오 일
犬毛 趙源善
보나마나
아침에 뒤뜰 솔가지 위 눈 마주친 이름모를 새
삐-융 날며 까닭 없이 너를 비웃을 거야
저녁에 입 마주친 아무나 임자인 술잔
헤벌쭉 웃으며 무조건 너를 반길 것이고.
세상이 그래
어제 하늘 잔뜩 찌푸려
활짝 하얀 웃음 쏟을지 아니면 검은 울음 흘릴지 궁금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야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그 무언가를 잃어버렸어
분명히.
여전히 해 꽁꽁 얼어 밤 꼬박 새운 속마음 잔뜩 아려서
얼떨결에 약 한 줌 삼키다가 목메어 컥-컥 허둥거리는데
어 어!
오늘
참 이상해
하루 종일 마주치는 모두가 즐거워 북 치며 노래 부르는 기쁜 얼굴들
한구석 어딘가 흐리멍덩한 느낌
뭘까
그렇다 눈빛이 살짝 돌았다
너도 나도 바닥없는 하늘 깊숙이 몰래 감췄던 음흉한 속셈을 막 드러낸다
과연
누구의 생일이라더냐
어찌하여 우리 모두가 감히 용서를 믿고 흥청망청 도깨비 탈을 쓰느냐 말이다
불야성
손님들 몽땅 미쳤나보다.
메리! 메리! 부르니
땅위에 온통 빨간 십자가 번쩍번쩍 빛나고
대한민국 온 동네 개들 한꺼번에
왈-왈-왈-왈
백두산 허물어져라
목청껏 짖는다.
눈이나 뒈지게 펑펑 쏟아졌으면.
<0712>1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