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태기
犬毛 趙源善
세상 모든 게 다 거기 널브러져있다
그저
빈 망태기 하나 걸머지고
여기서 알몸으로 떠나라
절대 겁내지 말고.
무작정 돌아다니면서
어디라도 좋다 무조건하고 뭣에든지 열심히 맞서서 얻어 챙기는 거야
주섬주섬 주워 먹다 입에 쓰면 슬쩍 뱉고
멀뚱멀뚱 바라보다 눈부시면 얼굴 슬쩍 돌리고
기웃기웃 들어보다 시끄러우면 또 슬쩍 돌아서고
벌컥벌컥 마시다가 시원하면 노래도 슬쩍 한 덩어리 뽑으면서
실컷
울어봐 웃어봐 미쳐봐 기뻐봐 슬퍼봐 사랑해봐 저주해봐 즐거워봐 지겨워봐
그럭저럭 이리저리 구석구석 둥실둥실 오래오래 떠돌다보면 결국은 외로워지지
그때쯤이면 아마 발은 비뚤어져도 머리는 슬쩍 꼿꼿해질 거야
자 이제
거기서 네 것 아닌 건 버려야 해
홀라당 망태기를 뒤집어라
털어!
펄러덕 펄러덕.
길 아닌 곳은 없다 누구라도 지나가면 거기가 길이다
길은 막힘이 없는 법
되돌아도 길 덧 지나도 길 가로질러도 길 구멍 속도 길 물 위 아래도 길 바람 속까지도 길
이리하여 땅과 바다와 하늘이 온통 다 길 아니던 가?
불쑥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말씀이 떠올라
으윽
여태껏 헛소리했다 이거로군
길이 주제가 아니었나?
그럼 망태기만이라도 기억해줘
끌 끌.
<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