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서上書
犬毛 趙源善
이번에
버리지만 말아 주시길
한 번 더 제게 삶의 은혜를 베풀어 주시길
더욱 더 짓밟혀도 꾹꾹 눌러 참을 것이며
꺾어진 뒤통수가 문드러져도 묵묵히 견디겠사오니
꼼꼼 자세히 살펴보셔서
제발
물 찍어 고양이세수라도 시켜주시고
터진 볼때기도 대충 꿰매 주시고
찌든 깔창도 빨아주시고
닳아 삐뚤어진 밑굽도 갈아 주시옵소서
싸구려 일회용 유행이 장마처럼 쏴아 기계바느질로 사정없이 처 밀고 들어온다고
히히히 우습게 본 제가 진짜 바보였어요
어찌 이렇게
단번에 장마로 휩쓸려 버림 받는가 정말 슬프고 서러워
몸 바쳐 일평생 임 발아래 깔려 살은 그게 죄라면 어쩔 수 없지만
쨍쨍 그 흔한 햇빛 한번 제대로 구경 못한 참으로 가련한 놈입니다요
한 때 시내 일 번가를 휩쓸던 멋과 명예를 과감히 내려놓고
부끄러움과 창피를 무릅쓰며
엎드려 빕니다.
수제화手製靴 올림.
<0706>1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