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삼겹살

犬毛 - 개털 2006. 11. 19.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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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犬毛/趙源善



내가 돼지를 좋아하는 게 천만다행이다

거기다 돼지가 진주를 몰라본다는 게 또 천만다행이다

나 이외의 또 누가 이 엄청난 비밀을 아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나는

돼지우리에 숨겨진 진주를 찾아 공짜로 주워 담는 대단한 횡재를 누리는 놈이다.


무지막지로 뜨거운 불꽃 지글지글한 난장판위

그럴듯하게 접시에 담겨 이런저런 꼬락서니로 버무려져

삶아져가며 볶아져가며 구워져가며 데쳐져가며 튀겨져가며

생으로 쥐어짜지고 비틀리어 피눈물 뚝뚝

그 고통을 참아 삼 겹의 속살에 깊숙이 품어 키운 진주알들

한잔 마시면 한 젓가락 한 알

두잔 마시면 또 한 젓가락 두 알

석잔 마시면 또 한 젓가락 세 알

꼬박 꼬박 호주머니에 챙기는 게 바로 나

누이 좋고 매부도 좋고 임 보고 뽕도 따고 맛 좋고 배부르고 취기도 올라

부어라 마셔라 먹어라 그리고 주워 담는 거야

어화 둥둥 둥둥 둥가

어화 둥둥 둥둥 둥가

어찌 춤과 노래가 아니 나오겠는가?

희고 검고 벌건 아니면 점박이 무수한 돼지들이여!

그대들 육신으로 바치는 희생의 보시에 무한한 영광이 있으시라

겹겹이 쌓인 원한의 고통이 빛나는 진주로 살 속에 박혀 영롱하게 빛을 비추리니.


너도 돼지를 좋아한다지만, 돼지처럼 진주를 몰라보는 게 천만다행이다

솔직히 내 진주를 너랑 나누기는 진짜 죽어도 싫어

하지만 취한 내 뒤를 살금살금 따라와 봐

쉬 잇!

내 호주머니는 다 구멍이 났거든

히 히 히 히.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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