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화상畵像

犬毛 - 개털 2006. 8. 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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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畵像

犬毛/趙源善



겨우 

한 밤 지났는데

자꾸만

등때기가 가렵고

옆구리가 허전합니다

무얼 먹어도 벌떡벌떡 곤두서는 데다

입맛까지 씁쓰름하고

괜한 짜증이 부글부글

강아지란 놈

왼 종일 내 뒤꿈치만 졸졸거려 미칠 지경입니다

비행기타기가 죽기보다 싫은 해괴 요상한 병이라

이리저리 피치 못할 억지핑계 둘러대서

어찌어찌 제 친구랑 비끄러매어

봉투 찔러주며 등 떠밀어 웃는 얼굴로 손 흔들어준 이 화상畵像

죽어라죽어라 더운 여름밤

홀아비로 만리장성을 쌓아야하니

허- 

그것 참

죽부인이고 뭐고 만사가 다 귀찮아

오늘 밤은 죄 없는 맥주나 몇 병 콱콱 죽이며 버텨보다가

내일일랑

천 원짜리 김밥이나 몇 줄 사들고

새벽부터 아무데로나 그냥 떠나려합니다

홀로지내는 밤이 이리도 지겨운 줄

예전에 이미 알면서도 또 저지른

미련한 놈

바보

멍청이

한낮 마른하늘이 천둥손뼉에 여우소나기로 그만 눈물을 흘리며 웃더군요.


아 아!

아직 

세 밤이나 남았습니다.

<0608>


*주해: 화상畵像-(낮추어 보거나 못마땅하게 여겨지는 사람의) 얼굴.

                낯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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