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畵像
犬毛/趙源善
겨우
한 밤 지났는데
자꾸만
등때기가 가렵고
옆구리가 허전합니다
무얼 먹어도 벌떡벌떡 곤두서는 데다
입맛까지 씁쓰름하고
괜한 짜증이 부글부글
강아지란 놈
왼 종일 내 뒤꿈치만 졸졸거려 미칠 지경입니다
비행기타기가 죽기보다 싫은 해괴 요상한 병이라
이리저리 피치 못할 억지핑계 둘러대서
어찌어찌 제 친구랑 비끄러매어
봉투 찔러주며 등 떠밀어 웃는 얼굴로 손 흔들어준 이 화상畵像
죽어라죽어라 더운 여름밤
홀아비로 만리장성을 쌓아야하니
허-
그것 참
죽부인이고 뭐고 만사가 다 귀찮아
오늘 밤은 죄 없는 맥주나 몇 병 콱콱 죽이며 버텨보다가
내일일랑
천 원짜리 김밥이나 몇 줄 사들고
새벽부터 아무데로나 그냥 떠나려합니다
홀로지내는 밤이 이리도 지겨운 줄
예전에 이미 알면서도 또 저지른
미련한 놈
바보
멍청이
한낮 마른하늘이 천둥손뼉에 여우소나기로 그만 눈물을 흘리며 웃더군요.
아 아!
아직
세 밤이나 남았습니다.
<0608>
*주해: 화상畵像-(낮추어 보거나 못마땅하게 여겨지는 사람의) 얼굴.
낯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