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犬毛/趙源善
마이너스통장 자루의 주둥이가 터졌습니다.
꽁꽁 어디 숨었다가
십 년 만에 번쩍 나타나
보릿고개 얼굴로 죽는다 하소연
석 달만 쓰겠노라
가느다란 내 밥줄 담보로 놈의 생명줄 끄나풀이 된다는 게
뿌듯했습니다.
무소식無消息 석 달이 길게 늘어져 어언 삼년
하기야 뭐 때문에 서로 말 주고받기가 쑥스럽기는 피차일반彼此一般
곰곰 생각하니 쓴 웃음이 실실
“옛 다. 만원이다!”
삼년동안 날이면 날마다 놈에게 용돈 준 셈 칩니다.
놈은 내게 용두질 신비神秘를 생전처음 맛 보여주었고
놈은 내 몸 어느 후미진 구석 반점斑點이 있는 것도 알며
이장里長네 복숭아밭 울타리 구멍도 놈과 함께 드나들었고
놈이 제 빠진 앞 이빨을 어디에 감추었는지도 나는 분명히 기억합니다.
오지랖에 찬바람이 숭숭 들이쳐도
나야 어찌어찌 짜깁기 바느질하면 됩니다.
오늘
수첩에서 놈의 전화번호를 지웠습니다.
빈손이라도 좋으니
언제라도
놈이 또 번쩍 나타나
활짝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