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부림 0 몸부림 犬毛/趙源善 산 낙지가 전신을 비틀며 타이타닉처럼 몸부림치지만 그걸 맛이라고 질겅질겅 씹는 놈이 바로 나. 가만히 눈 감고 생각해보니. 세상 더러운 쓰레기 불 아궁이속에서 알몸으로 구워져가며 펄떡펄떡 하늘에 대고 팔뚝질하는 놈도 바로 나. <0511>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11.21
마지막 장사 0 마지막 장사 犬毛/趙源善 찹쌀떡이나 메밀묵 같은 건 이제 안 판다. 요즘은 난자卵子나 신장腎臟을 팔지. <0511>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11.17
나 따라 해 봐라 0 나 따라 해봐라 犬毛/趙源善 눈 내려 뜰 필요 없다. 금金싸라기 땅도 없고 금金강남에 살지도 못하며 금金연줄도 없고 금金두꺼비는 물론 금金이빨조차 없고 딱 금金반지 하나 뿐. 주전자에 그놈을 넣고 펄펄 끓여서 나 날마다 금金물만 꿀꺽 꿀꺽 마시니 얼굴때깔 마음빛깔 똥 색깔까지 싯누렇다.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11.15
너 0 너 犬毛/趙源善 도대체 뭐 길래. 인삼도 아니면서 열불 피우고 양파도 아니면서 눈물 빼가고 겨자도 아니면서 혀를 에이고 송곳도 아니면서 구멍 후비고 화살도 아니면서 가슴 꽂히고 소주도 아니면서 뱃속 뒤집고 거기다 양귀비도 아니면서 혼까지 앗아 가는가. 나를 죽여라. <0511>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11.15
마이동풍馬耳東風 0 마이동풍馬耳東風 犬毛/趙源善 마패馬牌 잃어버린 지 오래라 이근耳根 뭉그러져 아무 소리도 못 들으니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 큰 동티날까 두려워 풍風 맞기 전에 쓴 머위 즙汁이나 한잔. <0511>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11.11
겨울 0 겨울 犬毛/趙源善 어김없이 놈이 또 나타났다 손톱 세우고. 육교 참 한구석에도 해가 숨었다 색안경 속으로 자꾸 먼지를 들이미는 바람 벌거벗은 백동전들이 가로등 흘린 빛을 마시고 미운털로 중뿔나게 허기진 창자가 아귀아귀 춤을 춘다. 짧은치마 빨쪽하니 아가씨 천 졸다 누군지 모르는 귀 떨어..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11.10
벽에 금이 가는 걸까? 0 벽에 금이 가는 걸까? 犬毛/趙源善 어쩌면 좋을까. 날이 한 날 한 날 가더니 해가 한 해 한 해 가더니 이제는 뒤집어져 똑 같다 정말 똑 같다 아내와 나. 내가 젤로 좋아하는 것 1번부터 10번까지와 아내가 젤로 싫어하는 것 1번부터 10번까지가 순서도 완벽하게 아주 똑 같다. 어쩌면 좋을까. <0511>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11.09
김치와 빈대 0 김치와 빈대 犬毛/趙源善 미스코리아 비키니 심사 늘씬하니 쭉쭉 빵빵 싱싱하니 미끈 탱탱 진초록 한여름 빛깔 하얗게 고운 속살 뽀시시 연지곤지 분단장하고 단풍처럼 새빨간 입술 김치아가씨! 어쩌라고 보글보글 지글지글 먹으랬다 말랬다 앗다 그래 여태껏 물고 빨은 게 그건데 그럼 뭘 먹으라고..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11.09
귓속말 0 귓속말 犬毛/趙源善 쉬 잇 귀 좀 빌려줘. 있잖아! 내가 가르마를 이쪽으로 타거나 말거나 거시기를 우측으로 놓거나 말거나 비빔밥을 비벼 먹거나 말거나 지름길로 가거나 말거나 웃거나 말거나 울거나 말거나 너나 잘 해 알았지? <0511>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11.08
김샌 밤 0 김샌 밤 犬毛/趙源善 오늘 좀 기분이 그렇다 아홉시 뉴스 지저분해서 보다말고 일찌감치 자리 펴고 누워 유선방송과 리모콘 씨름해도 그다지 신통치 않아 짤까닥 짤까닥 다 꺼버리고 잠을 청 한다 그저 잠이 보배지 코까지 골며 잠든 강아지 등때기가 참 따사하다 볼때기에 무언가 스치는 순간 폭격..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