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망이 조화를 부린다
노망이 조화를 부린다 견모 조원선 어느 날 갑자기 조화가 좋아졌다 - 좋다는 거지 예쁘다는 건 아니다. 저 좋다고 산 놈의 목을 뎅겅 잘라 꽂아놓고 아름다움을 즐긴다는 것이 죄로 느껴진 때문일까. 조화의 먼지를 털면서 이게 늙음이라고 실감한다. 나는 무엇인가? 조화 꽃잎에 뽀얗게 내려앉은 먼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까? 조화 앞에서 나이가 조화를 부리나보다. 꽃을 탓하면 안된다. 조화는 생명이 없으니 죄도 없다. 아 아! 이게 바로 노망인 가 보다. (1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