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7년)

국민학교시절을 생각해 본다

犬毛 - 개털 2017. 12. 5. 12:48
국민학교시절을 생각해 본다
견모 조원선

가루분유 삶아 식힌 조각 먹었다
노란 옥수수죽과 빵 먹었다
미국의 원조 포대를 안다
고무신 신고 책보자기 묶었다
솔방울 줍고 화롯불 쬤다
남포불 밑에서 이 잡아 봤다
영봉에 태극기 휘날리자를 왼다
머리에 기계충이 있었다
내복에 디디티를 뿌렸다
여자애들 머리에 서캐 그득했다
양말 속옷 겉옷 다 꿰매 입었다
농번기휴가가 있었다
단체로 벼이삭줍기 나갔다
쥐꼬리잘라서 냈다
삐라 주워서내면 공책 받았다
회충약 단체로 먹었다
다같이 어깨에 주사 맞았다
이동영화 들어오면 동네축제다
아이스케키 얼음과자 먹었다
밤에 찹쌀떡장사 다녔다
눈깔사탕 빨았다
장마 비오면 집으로 빨리보냈다
기성회비 못내면 쫓겨났다
신문지나 비료포대로 밑 씻었다
몽당연필, 크레용이 전부였다
지우개없으면 침으로 비볐다
무장공비 소식이 큰 뉴스였다
서울갔다오면 완전 귀족이었다
차 지나가면 먼지가 안개였다
발뒤꿈치 때는 다 있었다
겨울엔 손이 터졌다
읍내에 목욕탕 딱 한 개 있었다
장 가려면 십리걷고 또 버스탔다
개구리잡아 구워 먹었다
전쟁 후라 쇳조각 캐러 다녔다
중학교 못가는 애들 많았다
운동회날은 완전 면 전체축제다
맨날 운동장 조회 섰다
자나깨나 방공 방첩이었다
보리밥 된장국 맨상추쌈 먹었다
상이군인, 거지가 구걸 다녔다
라디오 없는 집 많았다
큰길 아니면 냇가에 다리 없었다.

내가 왜 이런 얘길 늘어놓을까?
세상이 거꾸로 갈까 심히 두렵다
늙어 밤에 잠 못자는 게 아니다
걱정이 많아서 그런 게지
난 입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정신차리자!
정신차려야 한다!
(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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