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7년)

돈복

犬毛 - 개털 2017. 6. 24. 15:28

돈복

견모 조원선

 

한 달여 전 산책 중 내가 만원을 주웠는데 오늘 또 아내가 만원을 주웠다. 이상한 일이다. 두 위치가 반경 오 미터 이내의 지역이다. 하루종일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농로로 우리부부만 개를 데리고 매일 아침 지나가는 들 숲길이다.

난 돈을 주우면 주운 돈의 반액을 다시 그 자리에 놓아두어 줍는 즐거움을 남과 함께 나누는 습관이 있는데 이곳은 누가 지나칠 길이 아니다. 결국 내가 놓고 내가 다시 주울 테니 거슬러 놓나 마나다. 허, 그것 참.

제주의 시골동네 한적한 길 풀섶에서 부부가 각각 돈을 만원씩이나 줍다니. 정말 기이하고 경이로운 일이다. 지난번에는 아내에게 주었는데 이번에는 내게 건네니 막걸리나 사서 마셔야겠다.

오늘은 이래저래 경축해야할 날인가보다. 허 허 허.

(17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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