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6년)

장화 세 켤레

犬毛 - 개털 2016. 10. 30. 19:57

장화 세 켤레

견모 조원선

 

난 장화가 많다.

까닭이 있지. 검은 장화는 작년 봄에 누가 길가에 버린 걸 주워왔는데 버린 이유가 우측 앞발바닥 앞쪽 안 깊숙이 큰가시가 박혀있었다. 위치적으로 제거가 곤란한 곳이라 온갖 도구를 사용하여 무려 반 시간 작업 끝에 가시를 제거하니 생고무라서 새지도 않고 좋다. 아내가 기분 나쁘다며 금방 남색 새 장화를 사줬지만 주운 흑색 장화는 밭일, 새남장화는 낚시용이다.

올여름 바닷가에서 파도에 밀려온 쓰레기를 치우다가 간이 화분을 만들려고 흰색 장화 한 짝을 주워와 담 밑에 던져놓고 까맣게 잊었었다. 그러다가 엊그제 또 바닷가에서 진보라색 장화 한 짝을 주워와 보니 우와 이거 기적이다. 같은 상표, 같은 크기의 두 짝 다 거의 새 것 아닌가!

이거 참 살다살다 별 일 다 있다. 정말로!

이리하여 나는 흑색장화, 남색장화, 짝짝이장화의 세 켤레로 장화부자다.

허허허.

(1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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