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4년)

제주의 대문

犬毛 - 개털 2014. 12. 18. 17:55

제주의 대문

犬毛 趙源善

 

제주의 시골마을은 다 벌거벗었다. 돌담은 구멍이 숭숭 뚫려 안이 다 들여다보이고 아예 대문이 없거나 아니면 작대기 몇 개 걸쳐 놓거나 혹은 대문이 있어도 활짝 열어놓고 안채의 문도 일체 잠그지 않는 이곳이 낯설어 이사 오자마자 본채 안채 사랑채에 잠금장치를 달았지만 잘 생각해보니 가져갈 것도 별반 없으려니와 아파트 철문이 아닌 이상 내가 대충 매달은 간이 자물쇠를 뜯는 건 누워 떡 먹기일 터라 우리도 문을 잠그지 않기로 하여 그냥 대문 자리에 내 차가 없으면 집이 빈 것이고 차가 있으면 집에 있다는 표시로 한다. 우리도 활활 벗어버린 것이다. 허 허 허.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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