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리며 감사하다
犬毛 趙源善
이건 말도 안 되는 부끄러운 수작입니다.
오늘 01시에 집에 들어왔습니다. 어제 나갈 때부터 신신당부한 아내의 부탁을 잊은 건 절대 아닙니다. 친구들이랑 즐거운 시간(?)을 갖다보니 그리 되었지요. 10만원을 잡아먹었습니다. 긴 시간 잘 먹고 잘 마신 것에 비하면 별 것 아니지만 내 한 달 용돈의 1/3되는 거금입니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 아내가 새벽기도회의 식사당번입니다. 04시에 일어났습니다. 물론 아내나 나나 잠을 못 잔 것은 피차 마찬가지입니다. 비몽사몽간 입니다.
나는 늘 이렇게 죄 속에 파묻혀 삽니다. 05시에 아내와 식당에 도착하여 전기밥솥을 작동시키고 커피 한 잔 마시고나서 나는 기도회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죄의 냄새가 너무도 풀풀 납니다. 못 들어가도 물론 다 용서해 주시리라 믿습니다만.
할 수 없이 삼패공원강변을 1시간 걸었습니다. 불쑥 몸이 몹시 아픈 선배와 친구가 생각납니다. 예의가 아닌 줄 알면서도 문자를 몇 줄 보냅니다. 미안하다고. 어서 건강하라고. 자주 연락도 못하는 내가 나쁜 놈이라고.
별 탈 없이 잘 사는 나는 지독하게 행복한 놈입니다. 나는 늘 감사해야합니다. 갑자기 눈물이 줄줄 흐릅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나님만 보고 계십니다.
갈대 앞에 잠시 마주 앉았습니다.
여태껏 살아온 59년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강물을 따라 훨훨 흘러갑니다.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왜냐고요? 그건 나도 모릅니다. 어머님 아버님 누나 누이동생들 아내와 딸년 아들놈 맥(개) 장모님 처가식구들 뭐 이렇게 내 가까운 핏줄들의 얼굴이 생사와 무관하게 순서도 없이 마구 별똥별처럼 머릿속에 휙휙 지나갑니다.
주방에서 설거지하는 동안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옆 사람과 되도록 말도 안하고 입을 꼭 다물고 있었습니다. 슬쩍 훔쳐본 밥 퍼주는 아내의 뒤태가 참 예쁩니다. 부지런히 일을 마치고 서로 아무 말 없이 집에 옵니다. 08시입니다.
내 생각에 눈이 좀 부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흐릅니다.
가끔 이렇게 푼수를 떨면서 또 그걸 글 몇 줄로 떠벌이면서도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아 아 머리가 터질 듯이 몹시 아픕니다. 당연한 벌입니다.
정말로 분명한 사실 - 나는 행복한 죄인입니다.
날마다 하염없이 반복해서 용서받는 골 빈 죄인입니다.
나는 이런 나를 너무도 잘 압니다.
아내의 코고는 소리가 들립니다. 맥도 같이 잡니다.
나는 무조건 감사하며 살아야합니다.
이렇게 펑펑 눈물 흘릴 수 있음을 감사해야합니다.
뼈에 사무치게 감사합니다.
<1203>
'詩 (2012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퍼 봉사 (0) | 2012.03.27 |
---|---|
봄비와 우산과 개털 (0) | 2012.03.25 |
깔때기 (0) | 2012.03.20 |
참고, 참고, 또 참기 (0) | 2012.03.20 |
건망증 (0) | 2012.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