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시장
犬毛 趙源善
양지쪽 봄 햇살이 제법 대꼬챙이같이 뾰족할 때
졸고 있는 개의 눈동자 속으로 지나치는
섭섭한 연민의 그림자를 본다
날쌔게 그 색깔을 감지하지 못하는 가여운 뇌세포들이
썩은 홍어골목의 천 원짜리 지폐 구린내로 부스럭거린다
찌그러진 자판기에서 커피찌꺼기가 지렁이처럼 꿈틀꿈틀 흐르면
헛물 켠 담배연기가 또 날카롭게 창자를 꿰뚫는다
오늘도 텅 비어야만 하는 지갑은
날마다 무너지는
심심한 오후의
구겨진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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