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날 오후 어느 실없는 놈의 글자 맞추기 놀이
犬毛 趙源善
미운 늦겨울바람이 임자 없는 쓰레기통을 홀랑 뒤집습니다
아무짝 쓸모없는 것들이 사방에 데굴데굴 굴러다닙니다
저 그림이 과연 예술인지 외설인지 영 모르겠습니다
닥치는 대로 막 먹는 불가사리였으면 좋겠습니다
거미줄을 두려워하는 가련한 하루살이랍니다
아무튼 물먹은 솜처럼 엄청 지쳤습니다
계절 끄트머리가 참 지겹게 깁니다
주머니 속 봄을 만지작거립니다
백동전 한 닢이 따듯합니다
눈가 잔주름 가렵습니다
하릴없이 웃어봅니다
피식 소리 납니다
차 식었습니다
일어납니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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