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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犬毛 - 개털 2009. 11. 1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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犬毛 趙源善



넌 날마다 옷을 갈아입지만 난 평생 껍질하나로 버티고

넌 오만가지 향수를 뿌려대지만 난 비린내 밖에 없고

넌 이백여개의 뼈를 가졌지만 난 단 한개도 없고

넌 엄청나게 많은 무기를 휘두르지만 난 오로지 먹물뿐이고

넌 카멜레온처럼 시시때때로 색깔이 변하지만 난 언제나 새하얗게 흐물흐물하고

넌 날 산 채 또는 죽은 채 입맛대로 요리하지만 난 결코 널 먹어본 적이 없고 

넌 날 아주 시시하게 생각하지만 난 어쩌다 네 이빨을 뽑기도 하고

넌 내부구조가 더럽게 복잡하지만 난 속이 아주 간단하고

넌 좁은 땅에서 미친 듯 날뛰지만 난 넓은 바다에서 진짜 자유롭게 실컷 유영하고

넌 음침하여 캄캄한 걸 좋아하지만 난 언제나 환한 빛이 좋고

넌 다리가 겨우 두개지만 난 무려 열개나 되고

넌 날 우습게보겠지만 난 오히려 널 우습게보고

넌 너대로 행복하고 난 나대로 행복하고

넌 너고 난 나고.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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